[사설] 예산안·민생법안은 여야 빅딜 대상 아니다

[사설] 예산안·민생법안은 여야 빅딜 대상 아니다

입력 2010-10-14 00:00
수정 2010-10-14 00: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4대4 빅딜’을 제의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서글픈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예산안과 민생법안까지 정쟁의 볼모로 삼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자조감마저 든다. 한나라당의 제의가 여야 사정을 감안한 정치력의 소산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착시에 불과하다. 나라 살림과 민생법안을 흥정거리로 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사안들은 여야가 주고 받는 물건이 아니라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엄중한 책무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을 서로 양보하며 타협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는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경계를 가려야 한다. 한나라당이 바라는 개헌특위 구성은 민주당의 4대강 등 4개특위 구성 요구와 타협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달 G20 회의를 앞두고 집회 및 시위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한나라당의 두번째 요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고 2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법안을 분리 처리하자는 건 협상거리가 아니다. 이런 정책적 혹은 민생 사안들은 정치적 혹은 정략적 사안과 구분돼야 한다.

한나라당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오죽하면 집권 여당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는 지경까지 왔을까. 민주당은 4대강사업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예산안 처리도 앞날이 어둡다. 한나라당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민주당에 책임을 씌울 합의문구라도 만들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해까지 예산안 처리 시한을 7년 연속으로 넘기는 위법을 자초했다. 올해 또 다시 이런 사태를 재연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SSM 법안 처리 지연으로 매년 자영업자 80만명이 폐업사태를 맞고 있다.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하지 못 하면 비난 여론을 감당키 어렵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여야가 원치 않는 사안들을 빅딜로 풀려면 억지 춘향식에 그치기 십상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산안을 회기 내 처리하겠다는 선언은 민주당의 몫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은 4대강특위로 화답하면 정기국회는 더 수월해진다. SSM 법안 등 민생법안은 여야 간에 최대 공약수가 필요하다. 개헌은 국민 공감대를 얻는 과정부터 밟는 게 더 효율적이다.
2010-10-1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2 / 5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1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