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7일 연예계의 성상납 비리를 폭로하고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에 대한 수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SBS는 그제 “장씨가 2005년부터 자살하기 직전까지 지인에게 보낸 편지”라면서 50여통(230쪽)의 편지를 공개했다. 많은 편지에는 무명 신인 여배우가 내키지도 않은 술시중을 들고 성상납을 해야 하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편지 중에는 “새 옷 갈아입고 다시 악마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도 있고, “엄마·아빠 제삿날도 (접대 때문에)챙기지 못했다.”는 표현도 있다. 술 및 성접대를 거절할 수도 없는 장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또 장씨는 편지에서 “31명에 100번 이상 접대했다.”면서 상대방의 직업도 밝혔다. 연예기획사, 제작자, 대기업, 금융회사, 언론사 관계자 등 상대의 직업은 다양했다. 경찰은 장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그 뒤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오자 수사를 벌였으나 결과는 용두사미에 그쳤다. 41명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40여일간 고강도 수사를 벌였지만 접대 강요와 명예훼손 등으로 9명을 입건하는 데 불과했다. 문건에 언급된 술접대와 성상납 강요 여부는 밝혀내지도 못했다. 경찰의 무기력한 수사발표를 보고 실망한 국민도 적지 않았다.
장씨가 한(恨)을 품은 채 자살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경찰은 공개된 편지가 진짜라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장씨의 편지가 맞다면 재수사는 불가피하다.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특별검사를 통한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성역 없는 수사, 성역 없는 조사가 없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장씨는 편지에서 “내가 잘못된다면 이 사람들 모두 꼭 복수해줘”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씨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또 제2, 제3의 장자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2011-03-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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