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입 試案만 3696개… 학생들은 울고 싶다

[사설] 대입 試案만 3696개… 학생들은 울고 싶다

입력 2011-03-08 00:00
수정 2011-03-08 00: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012학년도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속이 타고 있다. 대입 자율화의 여파로 다양하고 복잡해진 전형방법을 파악하기가 여간 버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대학별 입시 최종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대학전형계획에 따르면 4년제 220개교의 전형은 무려 3696개에 달한다. 실력 못지않게 정보력이 진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인 현실에서 학부모들은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땅히 의존할 곳 없는 학부모들은 초조하고 다급한 심정에 사교육 입시상담기관들의 설명회를 찾거나 컨설팅을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학벌사회와 맞물려 떨칠 수 없는 대입 앞에서 불안하고 괴롭기만 하다.

대입 전형 다양화는 1997년 성적에 따른 한줄 세우기 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차원에서 본격화됐다. 시대 흐름도, 취지도 옳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대학들은 전형방법을 세분화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논술·면접·입학사정관제·학교생활기록부 등의 활용 방식을 쪼개고 쪼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별 평균 전형이 18개씩에 달해 대학 네댓 군데만 추려 전형방법을 따지더라도 100개 가까이 되는 형국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난수표’라느니, ‘대학 총장도 다 모르는 전형’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오겠는가. 안타깝고 서글픈 대입의 현주소다.

대학들은 전형을 간소화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논술의 비중 축소·폐지를 권고하거나 전형방법의 단순화를 대학에 주문했다. 일부 대학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유사한 전형을 통폐합하는 등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자율로 판단, 실행에 옮겼다면 모양새가 더 나을 뻔했다. 대학들은 입시최종안을 빨리 발표해야 함은 물론이다. 교과부는 더 이상 실험 또는 땜질·보완식으로 대입 제도를 건드리지 않길 바란다. 손을 댈수록 대입의 혼선이 가중되는 탓이다. 또 체계적인 대입 및 진학상담 등을 위한 장치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다.
2011-03-0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