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후보들 비방 앞서 복지 재원대책 내놔라

[사설] 대선후보들 비방 앞서 복지 재원대책 내놔라

입력 2012-11-29 00:00
수정 201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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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에 상호 공약 검증을 제안한 결과 서로 ‘실현 불가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인색하게 평가했다고 한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의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방향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연간 35조원에 이르는 복지지출에 대한 재원 마련 대책이 빠졌다.”고 혹평했다. 문 후보측은 “세출 절감과 세입 확대를 6대4의 비율로 맞추겠다는데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세입 확대가 가능하며, 대형 토건사업을 줄이지 않고 세출 절감이 가능하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공약 재원을 조달할 증세 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유권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증세는 ‘네가 떠맡아라’는 식이다.

박 후보는 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97조 5900억원의 총지출이 소요된다면서 매년 27조원, 5년간 134조 5000억원을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세제 개혁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없이 탈루된 세금을 제대로 걷겠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부자 감세 철회,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되 ‘증세란 말은 거부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비과세 감면의 60% 이상이 서민·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몫이어서 대폭 줄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출 구조조정 역시 내년도 예산에서 최대한 쥐어짠 것이 3조 7000억원 정도다. 따라서 박·문 후보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매년 15조~20조원의 증세는 불가피하다. 우리가 그동안 정치권에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내외 연구기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인세·소득세 등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미 봇물이 터진 복지 약속을 주워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지금처럼 ‘저부담-저복지’로 남을 것인지, 북유럽국가들처럼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 유권자의 뜻을 물어야 한다. 아무리 표심을 잡는 것이 급하더라도 지금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저부담-고복지’는 눈속임이거나 그리스, 스페인처럼 나라살림을 거덜나게 할 뿐이다.

2012-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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