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육에 세금 퍼붓고도 출산율 그대로라면

[사설] 보육에 세금 퍼붓고도 출산율 그대로라면

입력 2013-01-04 00:00
수정 201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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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0~5세 전면 무상보육의 가장 큰 취지는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1년 기준 1.24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 여성경제활동참가율도 49.7%로 10년째 50%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주요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에 이른 시기 평균 여성경제활동참가율 57.4%를 훨씬 밑도는 실정이다. 여야가 당초 정부안이었던 소득 하위 70% 대신 모든 계층을 지원 대상으로 정한 만큼 당초 의도대로 효과를 내도록 해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까닭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3월 무상보육 확대 시행을 앞두고 걸림돌은 없는지 머리를 맞대고 치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보육시설 등 인프라 문제부터 꼼꼼히 살피기 바란다. 지난 2010년 기준 만 5세 아이 44만여명 가운데 90%가량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영·유아 보육비나 양육비 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되면 시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1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전국 읍·면·동은 1960곳이나 된다. 시설을 늘리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보육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 마당에 시설 확충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 아이를 보육원 등에 보내지 않더라도 양육수당을 주는 이유는 시설 부족을 염두에 둔 조치로 여겨진다. 지자체별로 미리 수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보육교직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인력 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전국 3만 9000여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근로 여건도 점검하기 바란다. 반일제든,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전일제든 상관없이 보육비를 똑같이 지원하는 데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어린이집 등이 파트타임으로 아이를 맡기는 전업주부를 선호할 경우 맞벌이 부부가 피해를 볼 여지가 있지 않겠는가. 소중한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차등 지원해 재원을 아끼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2013-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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