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 개혁 시급성 일깨운 KB 내홍

[사설] 금융권 개혁 시급성 일깨운 KB 내홍

입력 2013-03-20 00:00
수정 201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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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진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모레로 예정된 주주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KB금융지주의 국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오늘 투자위원회를 열어 이경재 의장 등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KB 내홍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 회장과 사외이사들은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을 접고 가계부채 대책 등 현안 처리에 집중하는 것이 고객과 주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어 회장이 그저께 측근인 박동창 KB지주 부사장을 보직 해임한 것은 이사진과의 힘겨루기의 산물로 여겨진다. 박 부사장은 주총을 앞두고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전 세계 1700여 기관투자가에게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미국계 회사 ISS와 접촉,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ISS가 지난주 “KB금융 일부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경재씨 등 사외이사 3명 선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게 화근이 됐다. KB는 65%인 해외 투자자들의 입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부사장의 행동이 독단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누군가의 막후 조종의 결과인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어 회장의 거취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물갈이 인사를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다. KB금융이 공기업은 아니지만, 어 회장은 ISS 보고서 파장의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KB금융에 대한 종합검사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부사장이 ISS에 KB금융의 내부 정보를 알리는 과정에 어 회장이 개입했는지 밝혀내길 기대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무산된 이후 어 회장과 이사진 간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터진 것이어서 흐지부지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같은 잡음과 갈등은 KB금융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그룹도 내부 마찰이나 잡음이 많다.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가 도입된 이후 지주 회장들의 전횡이 심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특수관계자를 심어놓기 쉬운 사외이사 선출 방법도 개선돼야 한다. 지주 회장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금융개혁을 위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3-03-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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