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경기 틈탄 잇단 금융사고, 고객은 불안하다

[사설] 불경기 틈탄 잇단 금융사고, 고객은 불안하다

입력 2013-08-31 00:00
수정 2013-08-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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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한화투자증권에서 직원이 고객 돈 2억 5000만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까지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1명이지만 피해 고객이 더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한다. 앞서 하나대투증권에서도 직원이 고객들에게 고금리를 약속하고 자금을 끌어모은 뒤 회사 몰래 관리하다가 거액의 손실을 내는 사고가 터졌다. 이 직원은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후 잠적한 상태다. 피해 금액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월에는 KTB증권 직원이 장 막판에 담배를 피우러 나간 새 실수로 ‘사자’ 주문이 나가면서 1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하는 황당한 사고도 있었다.

잇단 금융사고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가의 사건사고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등으로 금융사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사는 지점 축소와 인력 감축 몸살을 앓고 있다. 임직원의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유혹에 노출되기도 십상이다. 불경기 때 금융사고가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내부통제 점검을 강화하고 사고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 당국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정부는 얼마 전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단속하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특별수사권(사법경찰권)을 주기로 의결했다. 이에 맞춰 주가조작 조사 전담반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조직과 권한을 제대로 부여받은 만큼 그에 걸맞은 활약상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제도적인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하나대투증권에서 사고를 친 직원은 4년 전 한국투자증권에서도 고객과의 사적인 금전거래가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고객 돈을 관리하는 금융사 직원의 이력 관리가 어떻게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 고객들도 내 돈은 내가 지킨다는 보안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도 금융사 직원에게 계좌 비밀번호, 인감 등을 맡기는 고객이 적지 않다. 한화증권 직원도 고객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거액 인출이 가능했다. 고수익 약속만 믿고 덜컥 돈을 맡기거나 개인정보를 알려줘서는 결코 안 된다.

2013-08-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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