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조 탕감”, “1년 안식년” 실현 가능성 얼마나 큰가

[사설] “22조 탕감”, “1년 안식년” 실현 가능성 얼마나 큰가

입력 2017-03-17 22:50
수정 2017-03-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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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이 또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우려스럽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달콤한 유혹에 유권자들은 이미 짜증을 낼 정도로 식상해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그저께 제시한 ‘가계부채 7대 해법’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통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빚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장기연체금 등 22조원이 넘는 부채를 탕감해 203만명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자율 상한을 현행 25%에서 20%로 내리는 방안도 내놨다. 우리 경제의 위협 요소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 것은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보지 않은 장밋빛 공약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선 22조원이란 큰 금액을 탕감해 주려면 금융기관의 손실과 성실한 금융 소비자의 희생을 요구한다. 부채 탕감이 실현된다고 해도 1344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규모를 고려하면 일과성 고육책에 불과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현 정부의 두 비율 완화 정책을 공격하던 민주당이었다. 근본을 무시한 처방은 선거를 기다리며 부채를 갚지 않으려는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부작용만 키울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전 국민 안식제’도 시선이 곱지 않다. 10년을 일하면 1년을 쉬게 하자는 데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2~3년간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방안에 수긍할 수 있는 근로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안 지사가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사회적 대타협’은 노사정의 관행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 아닌가. 다른 대선 주자들이 제시한 모병제, 군 복무 기간 단축, 기본 소득제 등도 선심성 공약으로 비친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을 크게 믿지 않는다.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직업군별 신뢰도 조사에서도 정치인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꼴찌다. 정치인들이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기에 빚어진 정치 불신 풍조다. 대선 주자라면 실현 가능한 국가 백년대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17-03-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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