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南 대화 의지 시험하는 北 북극성 2형 실전 배치

[사설] 南 대화 의지 시험하는 北 북극성 2형 실전 배치

입력 2017-05-22 22:38
수정 2017-05-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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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미사일 ‘북극성 2형’을 김정은의 승인을 받아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고 어제 밝혔다. 주장대로라면 북의 사거리 2000㎞급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전력화돼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군 증원 전력과 이들 전력이 출발하는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를 위협권에 두게 된다. 또한 북한은 지난 14일 발사에 성공한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의 타격 목표가 미국의 하와이와 알래스카라고 명시함으로써 대미 위협 수위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1주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하루라도 빨리 대화의 장을 열라고 재촉하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선제타격, 정권교체 같은 초강경 입장에서 최근 대화로 선회한 미국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초조해하는 북한 지도부의 모습도 엿보인다.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그제 저녁 한?미, 한?일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긴급 통화를 잇달아 갖고 북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북극성 2형이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이지만, 남북 대화의 복원을 고려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는 어제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을 제시했다. 현재의 남북 관계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민간 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환영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시켰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대해 통일부는 “북핵 진전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분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율해 나온 가이드라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가이드라인 의미를 김정은은 새겨들어야 한다. 며칠 전 조선신보를 통해 북한은 남북 대화를 촉구했다. 나아가 “그자들(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남한이 북·미 대화의 중개자가 될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전쟁 위협을 높이는 고도화한 미사일 도발이 새 정부와 남한 사람들에게 남북 대화를 유도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정 신임 안보실장이 단절된 남북 관계를 우리 주도로 복원한다고 천명했다. 판문점 연락사무소, 핫라인의 조기 재개를 어제 강조했다. 필요하다. 하지만 대화를 서두르다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비난의 표적이 되고만 과거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 유념하기 바란다.

2017-05-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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