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인상, 소득 불평등 해소로 이어져야

[사설] 최저임금 인상, 소득 불평등 해소로 이어져야

입력 2017-07-16 21:52
수정 2017-07-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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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00명 중 23명 인상 혜택…정부 3조+a 지원, 도덕적 해이 우려

노동계 핵심 과제인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6470원보다 16.4%나 인상된 것이다.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는 월급 기준으로 올해보다 22만 1540원 오른 157만 3770원을 받게 된다. 근로자 463만명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돼 전체 근로자 100명 중 23명가량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이 그대로 투영됐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은 지난 3월 31일부터 시작된 협상 기간 내내 서로의 입장만 고수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다 협상 당일 7530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 측은 2.4% 인상을 주장하다 막판에 7300원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이런 갈등 속에서도 역대 세 번째로 노사 양측이 표결에 의한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폭이 2001년 16.8% 이후 최대라는 점과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역대 최고 인상액이었던 450원보다 2.4배나 많은 1060원이 한꺼번에 인상된 것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고,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소기업들의 추가 부담액이 내년에 당장 15조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건비 부담으로 편의점, 음식점, 슈퍼마켓 등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고, 고용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엄살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볼 때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노사 양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최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만 할 수 없는 현실이 최저임금 인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어제 30인 미만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등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초과 인상분 3조원을 직접 재정에서 지원키로 했다. 국민 세금으로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벌써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임대료 안정, 생계형 적합업종 확대, 하도급가 현실화 등 공정경쟁이 가능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근본 대책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득불균형 해소와 가처분소득 증대, 내수 활성화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정부와 노동계의 주장이 현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7-07-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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