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은 간첩법 개정, 대공수사 역량도 복원해야

[사설] 뒤늦은 간첩법 개정, 대공수사 역량도 복원해야

입력 2024-11-15 00:33
수정 2024-11-1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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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4차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4차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제4차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간첩최 관련 주호영 의원 안 등 15건)에 대해 심사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국정원과 미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됐다. 정보기관이나 군사시설을 몰래 촬영하는 것은 간첩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한다니 안보 구멍이 심각하게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40대 중국인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헌인릉으로 가서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체포됐다.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헌인릉을 찍으려 했다지만 헌인릉은 외진 곳에 있어 내국인들도 잘 찾지 않는다. 지난 6월에는 30~40대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근처에서 드론으로 미 항공모함인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을 촬영하다 발각됐다.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최근 2년간 찍은 군사시설 관련 사진 500장과 중국 공안의 연락처도 나왔다. 누가 봐도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반국가 정보활동은 간첩죄로 엄히 다스려야 마땅하지만 우리는 현재 불가능하다. 현행 간첩법(형법 98조)은 ‘적국’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 항공모함을 촬영한 중국인은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국정원 촬영자는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만 각각 받을 뿐이다. 물렁하기 짝이 없는 우리 처벌 수준은 중국과 천지차이다. 중국은 반간첩법을 개정해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한 문건·데이터 등을 취득하거나 주고받아도 간첩 행위로 처벌한다.

우리가 외국인의 반국가 행위를 뻔히 적발하고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입법조치가 미비해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첩죄 처벌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죄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가 그제서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안보 강화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차제에 무력화된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 강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 보안시설 주변의 외부인 접근 제한, 드론 탐지 및 차단 시스템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2024-11-15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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