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의 글로벌 한국] CPTPP 가입이 경제안보다

[최원목의 글로벌 한국] CPTPP 가입이 경제안보다

입력 2024-05-02 03:05
수정 2024-05-0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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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안정화 성과 내야 할 때
중국산 수입 줄이는 차원 넘어
대체 국가와 주고받기 가능해야
CPTPP 공급망 편입이 최선책

이제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거둔 경제안보 업적은 미흡하다. 전통적 자유무역협정(FTA)을 보완한다면서 다수 국가와 체결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는 공급망 협력 의향서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과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을 선언한 인도태평양전략은 어차피 한국 경제가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식적 목표와 원칙을 공식화한 것일 뿐이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한 것도 큰 업적은 아니다. IPEF의 존립 가능성 자체가 미국의 정권 변동에 따라 가변적이고 대중국 관계에서 대가가 따르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반면 IPEF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역내 경제안보를 위한 구속적인 조항들을 담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작업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핵심광물 및 자원의 국제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작업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정부는 33종의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리튬, 니켈, 코발트 등 10대 전략 핵심 광물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50%대로 대폭 낮추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로 수입선을 변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는가.

국제사회가 앞다투어 핵심 자원을 수출 통제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마당에 중국 이외의 국가들로 수입선을 무작정 전환한들 이들 국가들이 수출 통제를 차례차례 도입해 버리면 오히려 이들 국가들과 모두 협상해야 하는 부담만 쌓인다. 우리가 전략적으로 수입선을 안정화시키기 곤란한 대상 국가로의 다변화는 오히려 막아야 한다. 수입선을 다변화할 만한 대상 국가와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공급망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한 자원을 계속 공급받으려면 그들이 필요한 무언가를 그만큼 우리가 계속 제공해 줘야 한다. 그것이 반도체부품일 수도 있고 산업기술 또는 투자일 수도 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핵심 자원과 맞바꾸는 식의 공급망 공생관계로 상호 경제체제를 엮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극히 상호주의적인 접근하에서만 우리 경제안보는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자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일이다. 양국 간의 우호적 국민 정서도 조성해야 한다. 결국 우리 대외통상정책은 외교안보·투자·문화정책과 유기적으로 연합해 추진돼야 한다.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경제안보협정은 CPTPP다. 각종 경제협력 조항을 담은 데다 무엇보다 기업 친화적인 누적 원산지 규정을 두고 있다. 가입국들은 CPTPP를 통해 재료·가치·공정의 누적 원산지 규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12개 회원국 내의 어디에서든 생산된 재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에 대해서, 또한 회원국 내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와 제조 공정은 모두 자국 내에서 창출한 것처럼 계산해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재료·가치·공정을 공유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망과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되고 이런 경향은 점점 강화될 것이다.

CPTPP는 역내 공급망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해 집중 논의토록 하고 있다. 결국 CPTPP 방식이 장기적으로 자원의 공급망과 제조기지를 공유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역내 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이미 다자적으로 확립된 CPTPP 공급망 체제에 한국경제를 조속히 편입시켜야 한다. 동시에 양자적으로는 우리가 전략적 공급망 공동체를 형성할 만한 국가들을 선별해 공급망 파트너화 작업을 전략적으로 벌여야 한다. 이들 국가들과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각종 안정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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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4-05-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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