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광장] 소통하는 행정이 변화를 이끈다/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자치광장] 소통하는 행정이 변화를 이끈다/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입력 2017-07-09 17:32
수정 2017-07-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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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인생에 전기를 마련해 준 책이 있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 시장을 지낸 이와쿠니 데쓴도(岩國哲人)가 쓴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이다. 그는 주민 곁에서 그들의 삶을 책임지는 기초자치단체는 발로 뛰는 행정이자 첨단 행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가가 변화하지 않더라도 지방이 변해 그 변화의 물결이 중앙을 포위하면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책을 읽고서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민 생활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도시행정가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발로 뛰는 땀과 눈물의 행정’이 우리 도시를 사람 사는 도시로 바꿀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구청장 취임 후 구민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찾아가는 현장 구청장실’을 만들었다. 매주 목요일을 구청장과 대화하는 날로 정하고 주민 곁으로 갔다. 그렇게 주민 2800여명을 만났고, 713건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중 592건의 민원을 해결했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 살기 좋은 곳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 뱅크이자 행정을 변화시키는 밑바탕이 된다. 한 주민이 구 홈페이지에 구민을 위해 자전거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 없는지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 자전거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니, 구민 안전을 위한 보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성동구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모든 주민은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는 조례를 제정,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안전과 소음 문제로 택시회사의 이전을 반대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은 큰 마찰이 예상됐다. 지속적인 대화로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 갈등을 해결해 지금도 오롯이 기억에 남아 있다.

주민 의견을 듣고 소통해야 주민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같은 경험을 통해 확신으로 변했다. 신뢰를 쌓는 것도 이해관계가 대립된 난제를 타개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는 낡은 행정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 목소리를 듣는 자리에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 주민들을 대할 때 정성을 다하고 귀 기울이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로 인해 행정의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구민 얘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행정에 반영하다 보니 혁신을 이루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작은 소리도 지나치지 않고 구민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생활 속 불편 사항을 해결하고 소통 문화 조성을 위해 전심전력한다면 보다 큰 일신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2017-07-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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