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이끌려 어딘가로 간다는 것. 이탈리아 아시시(Assisi)로의 여행이 바로 그랬다. 가난한 성인 프란체스코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아름답고 소박한 시골마을 아시시는 가톨릭교회 최고의 성지다. 왠지 그곳에 가고 싶었다.
성인이 “허물어져 가는 교회를 다시 일으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는 곳에 세워진 산다미아노 성당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올리브나무 아래서 잠시 비를 피한 뒤 언덕을 올라가는데 내려갈 때 보지 못한 폐허 같은 작은 돌집이 보였다. 지붕에 걸린 자그마한 십자가를 보니 순례자들을 위한 시설인 듯했지만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캄캄하다. 조금 있으니 무언가 은은하게 어른거리는 게 보일 듯 말 듯 했다. 철책 사이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러봤다. 카메라에 담긴 것은 놀랍게도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푸른 옷의 성모 마리아였다. 어둠 속의 마리아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가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참 기쁘구나.”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성인이 “허물어져 가는 교회를 다시 일으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는 곳에 세워진 산다미아노 성당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올리브나무 아래서 잠시 비를 피한 뒤 언덕을 올라가는데 내려갈 때 보지 못한 폐허 같은 작은 돌집이 보였다. 지붕에 걸린 자그마한 십자가를 보니 순례자들을 위한 시설인 듯했지만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캄캄하다. 조금 있으니 무언가 은은하게 어른거리는 게 보일 듯 말 듯 했다. 철책 사이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러봤다. 카메라에 담긴 것은 놀랍게도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푸른 옷의 성모 마리아였다. 어둠 속의 마리아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가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참 기쁘구나.”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10-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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