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빵 셔틀/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빵 셔틀/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01-04 00:00
수정 2012-01-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단발머리 찰랑이던 중학교 때 유일한 낙이란 매점에 들락거리는 거였다. 비평준화지역이라 고교 입시를 치러야 했기에 긴장감이 컸던 시절이다. 그러니 점심시간에 재빨리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다 먹는 재미는 여중생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었다. 그때 겉은 곰보빵과 비슷한데 안에는 팥이 든 오란다빵이 있었다. 인기가 좋아 순식간에 동이 나 동작이 여간 빠르지 않고는 사먹기 어려웠다.

게다가 매점에서 빵을 살 수 있는 통로는 작은 유리창 하나뿐이었다. 그 작은 쪽창을 향해 너도나도 손을 내밀어 큰소리로 “오란다 빵 O개”라고 외쳐야 했기에 가벼운 몸싸움과 실랑이는 예사였다. 몸이 둔한 나 대신에 친한 친구가 항상 빵을 사와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왕따’(집단 따돌림)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빵 셔틀’(매점에 빵 심부름을 보내는 것)도 학교폭력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그때 ‘빵 셔틀’은 빵 한쪽도 나눠먹는 우정의 징표였건만 이제 빵 심부름은 왕따의 증거가 된 세상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01-0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