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정치 세력/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정치 세력/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5-01-30 17:46
수정 2015-0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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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던 친구가 물이 가득한 큰 독에 빠졌다. 어른들은 “사다리를 가져 와라”, “밧줄이 낫다”며 경황 없이 저마다 큰소리를 쳐댔다. 중구난방 주장만큼이나 주위 사람들도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새 물 먹은 아이의 숨은 연방 넘어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아이가 돌을 주워 독에 던졌다. 중국 북송 때 ‘자치통감’을 집필한 사마광의 어린 시절 일화다. 지금도 제 말만 옳다며 싸우는 경우를 빗대 원용되고는 한다.

기업의 중간 간부가 사내 게시판에 노조와 사주조합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엉망이란다. “비슷한 사례가 더러 있는 모양이네. 요즘 조직 문화가 그런가 싶어.” 명분들이야 없지 않겠지 하며 웃어넘겼다. 그의 다음 말이 귀에 꽂혔다. “그들은 이미 정치 세력이야.” 자신만의 선명성 주장에, 헤게모니에 몽매하리만큼 빠져 있다며 혀를 찼다. 도박과 정치놀음에 빠지면 마누라도 남아 나지 않는다고 하지…. 일반 직원들도 출근 도장을 찍으면 종일 게시판만 들락날락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악한 요즘 사람들은 우왕좌왕 하지도 않겠지만….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 조직엔 1000년 묵은 ‘사마광의 짱돌’을 던져야 하겠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1-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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