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해장/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해장/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2-03-01 22:08
수정 2022-03-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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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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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은 한자로 ‘풀 해(解)’, ‘숙취 정(酲)’의 ‘해정’에서 비롯된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전날의 술기운을 풂.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해장국 따위와 함께 술을 조금 마심’으로 뜻을 풀이하고 있다. 온 세상 의사들이 해장술의 위험성을 그리도 오랜 시간 외치고 있건만 국어사전은 천연덕스럽게 해장술을 해장의 방법으로 권하고 있는 셈이다.

이른 아침 해장국집에서 초록병을 비트는 풍경이 낯설지 않으니 이런 문화를 반영한 탓일 테다. 영국에서는 토마토 주스에 맥주를 타서 마시기도 하고, 몽골 사람들은 아예 보드카 한 잔으로 해장한다 하니 우리만의 문화는 아닌 듯하다.

늘 술을 가까이 하는 이의 근심은 해장이다. 서서히 망가져 가는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겠지만, 만국의 술꾼들은 그저 당장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데 급급할 따름이니 참으로 어리석기만 하다. 건강검진을 받은 날 저녁 과음한 뒤 해장거리나 찾는 이의 어리석음이야 말한들 무엇하랴.

2022-03-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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