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우버넷’과 가상국가/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우버넷’과 가상국가/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3-15 00:00
수정 2014-03-1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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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미국 제록스 사의 한 연구원은 “인터넷이 과부하로 1년 안에 폭발할 것”이란 충격적인 예측을 했다. 1989년 세상에 나온 뒤 신천지를 구가하던 ‘월드 와이드 웹’(WWW)의 파국을 선언했으니 불안감은 좀체 가시지 않았다. 인터넷이 수많은 웹으로 연결되면 과부하가 생겨 초신성과 같이 폭발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는 지금 그의 예상은 어긋나 인터넷은 그 용량을 늘려가며 트래픽을 감당해 내고 있다. 제록스가 근거리 컴퓨터를 연결한 ‘이더넷’(Ethernet)을 개발한 업체이니 이 같은 예측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터넷의 미래와 관련해 빗나간 예측은 더 있다. MS의 빌 게이츠는 “스팸메일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고, 뉴스위크는 “웹 사이트는 신문을 대체할 수 없고, 온라인을 이용한 쇼핑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란 기획기사를 잇달아 실었다. 그 말과 글이 씨가 됐을까. 뉴스위크는 2010년 1달러란 헐값에 ‘눈물의 세일’을 하고 말았다. 이들의 예상과 결과가 흥미롭고 얄궂다.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용으로만 쓰이던 웹이 인간과 사물을 온라인상에 꽁꽁 묶어놓을 줄을 누가 알았으랴.

지난 12일 ‘WWW’ 탄생 25주년을 맞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는 2025년쯤이면 ‘우버넷(Uber net) 세상’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Uber’는 최고란 뜻으로, 인터넷상의 고차원적인 가상국가를 이른다. 인터넷이 지리적 경계와 국가의 통제력을 넘어 80억 인류를 한데 묶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물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권력은 약해지고 온라인을 통한 글로벌 정치가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온라인 가상국가는 인도나 중국에서 쟁기질하는 농부를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란 전망도 했다. 오지 농사꾼의 농사 노하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현재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는 50억명(세계 인구 3분의2)을 온라인으로 접속시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지난달 29일에는 세계 1위 모바일메신저 앱 업체인 ‘왓츠 앱’(가입자 4억 5000만명)을 사들여 온라인 가상국가 설립에 한발 다가섰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12억명 가입자의 페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20억 가상국가’를 이룰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상국가는 장밋빛만 갖고 있지는 않다. 휴머니즘이 사라진 온라인의 틈새로 사이버 테러는 물론 온라인 질병도 빈발할 것이 우려된다. 개인정보 보호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된다. 우버넷 세상도 미래 온라인 세상의 빛과 그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3-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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