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27개 국제구조팀,58명 구조”
아이티에서 강진이 발생한지 나흘째인 16일(현지시각) 폐허로 변한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구호물자가 전달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비참한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물과 식량이 부족한데다 곳곳에서 약탈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수시간이 멀다 하고 여진까지 계속되자 지옥같은 포르토프랭스를 탈출하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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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목이 타는 듯 그 자리에서 물을 들이켰으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구호물자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 밀려 구호물자에 다가가지 못한 한 주민은 “구호물자 배분이 무질서하게 이뤄지고 있다.병자와 노인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미군이 아이티 정부로부터 통제권을 이양받은 포르토프랭스 공항에는 세계 각지의 구호물자와 인력이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조율 부족 등으로 대부분 현장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주민들 탈출 러시=물과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자 포르토프랭스에는 칼이나 망치,돌 등을 손에 든 약탈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으며 경찰의 공포탄.최루탄 발사에도 약탈 행위는 확산하고 있다.
집을 잃어버리고 구호물자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주민들은 약탈과 이어지는 여진을 피하고자 다른 지역에 사는 친지를 찾아 필사적인 탈출 러시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은 짐을 꾸려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지고 도보로 피난길에 나섰으며 자동차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연료를 채우기 위해 주유소에 수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탈출마저 고난의 행군인 셈이다.
시외버스들도 평소의 2배나 되는 승객들을 가득 태워 탈출을 돕고 있으나 연료 부족을 이유로 운임도 2배로 올렸다.
◇ 유엔 “사상 최악의 지진”=사망자가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번 지진은 유엔이 겪은 최악의 지진이라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엘리자베스 비르 대변인이 16일 말했다.
비르 대변인은 2004년 쓰나미 사태 당시만 해도 현지 정부 기구가 작동했지만 아이티는 정부 기능마저 정지돼 구호작업의 조율을 어렵게 하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번 지진의 예상 사망자 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번 지진은 역사상 가장 피해 규모가 큰 10대 지진에 꼽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르 대변인은 1천500명의 인력과 115마리의 수색견을 갖춘 27개의 국제구조팀이 지진 잔해에서 58명을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슈퍼마켓 붕괴로 약 100명이 매몰된 곳에서는 구조팀의 철수 직전 생존자 1명이 미국 마이애미 주민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생존 사실을 알리는 데 성공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 클린턴 미 국무 아이티 도착..구호물자 공수 계속=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해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을 만나고,켄 킨 미 남부군 부사령관과 케네스 머튼 아이티 주재 미국 대사의 브리핑을 받았다.
클린턴 장관의 아이티 방문에 사용된 비행기도 구호물자를 싣고 왔으며 귀국 길에는 미국인 50명을 태워 자메이카 킹스턴에 내려준 뒤 워싱턴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30만ℓ의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정수시설이 전날 아이티에 도착했으며 16일 저녁까지 열량 2천300칼로리의 비상식량 60만개를 아이티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부군 사령부는 미군 4천200명이 아이티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18일까지 6천300명이 증원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엔은 이번 지진에 대한 세계 각지의 구호자금이 5억4천5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유엔은 세계 각국에 5억6천200만달러의 구호자금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아이티에 대한 물자지원 자금으로 2억7천900만달러를 유엔본부에 요청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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