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지원” 속은 “중남미 영향력 확대”
대규모 지진이 강타한 아이티를 돕기 위해 전 세계가 발벗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정치 논리’를 배경으로 한 국가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지진 발생 후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긴급 지원을 지시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해외 순방 일정을 취소한 뒤 아이티 문제에 ‘올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례 TV 연설에서 “전쟁을 위한 게 아니라면 3000명이나 되는 군을 왜 보냈겠느냐.”면서 “이번 비극을 이용해 아이티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미군의 아이티 철수를 요구했다.
미국은 뒤늦게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 프랑스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프랑스는 아이티에 대해 부채를 탕감해 주고 재건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잿밥’에 관심 있는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외에도 있다. 미국과 함께 G2로 꼽히는 중국도 지진 발생 직후 곧바로 구조대 파견을 시작으로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브라질은 최소 향후 5년간 평화유지군 주둔 시한과 상관없이 아이티에 군병력을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18일 “브라질은 유엔 평화유지군에서 맡은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나라 모두 중남미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관심을 가져 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1-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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