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70개…기자·공항직원·여행객 일손 거들어
강진이 강타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로 향하는 한국의 의료물자 운송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연세대의료원 ‘의료봉사단’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할 때부터 한국 봉사단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이들 의료물자를 옮기는 방식을 두고 난관에 부딪혔다.
봉사단은 애초 반창고와 종이 마스크, 장갑, 소독제 등 긴급 지원물품과 예방의약품 200여종, 각종 수술 도구 등을 중심으로 사과상자 크기의 박스 100여개를 준비했다.
그러나 수화물의 중량 초과와 운반상의 문제 등으로 부리나케 70여개로 줄여야만 했다.종이상자당 무게는 25~40kg에 달했다.
700㎖ 분량의 소독용 알코올 12통도 공항까지 가져갔으나 인화성 물질 반입 금지 규정으로 비행기에 싣지는 못했다.
장기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경유지인 미국 애틀랜타에 들른 23일에도 의료물자 운반의 고충은 계속됐다.
아이티까지 직항편이 없어 애틀랜타와 마이애미, 도미니카공화국 국제공항 등을 들러야 했는데 환승할때마다 물자를 손으로 직접 옮겨야만 했던 것.
봉사단 9명과 일행인 기아대책본부 직원 2명, 기자단 9명 등 총 20명은 구호품을 나르는데 땀을 뻘뻘 흘렸고, 이를 지켜본 공원 직원들도 일손을 보탰다.
공항 내에서 박스 70여개가 한꺼번에 옮겨지는 광경을 본 여행객들은 신기한듯 물끄러미 쳐다봤고, 한 외국인 관광객은 “아이티에 가는 봉사단체냐?”고 묻고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입국해서 아이티로 직행하는 대형 트럭에 물자를 옮겨 실은 뒤 현장에서 짐을 내려놓고 나서야 의료품 운반 작전도 비로소 완수됐다.
봉사단이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까지 이들 의료물자를 포기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의료구호품 부족에 아이티 주민이 심한 고생을 하고 있는데다 구호물자를 추가로 공급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동수 봉사단장은 “재해 지역으로 의료지원을 할 때마다 짐 때문에 승강이를 벌이기 일쑤”라면서 “하지만 일단 옮기고 나면 요긴하게 쓴다.아이티에 의료물품이 태부족이고 주변에서는 이 품목을 살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