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머 “스마트폰 애플·구글에 밀렸다” 패배 인정
“애플은 훌륭하게 해냈고, 구글은 어느새 경쟁자가 돼 버렸다. 우리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분명히 시기를 놓쳤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절대 강자에서 애플과 구글의 협공을 받는 처지로 몰락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경영자(CEO)가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발머는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일부터 사흘동안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한 ‘D(디지털) 콘퍼런스’에서 MS의 윈도 모바일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린 이유를 “우리가 변화 주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MS는 지난주 기기(디바이스)총괄 사장인 로비 바흐를 해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스마트폰 시장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하고 있다.
발머는 그러나 “우리는 ‘윈도 폰’ 시행 착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하고 “모바일 시장은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긴 레이스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찾을 날이 곧 올 것”이라며 애플·구글에 대한 리벤지매치(복수극)를 예고했다. MS는 올여름 윈도 모바일7의 업데이트판을 내놓을 예정이다.
●잡스 의식 “PC시장 계속 성장할 것”
업계 전문가들은 발머가 개인용 컴퓨터(PC)에 대해 “PC 시장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게 전면전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잡스는 앞서 같은 행사에서 “농업시대에는 트럭이 주요한 탈것이었지만 기술의 발전이 대중화된 ‘승용차’를 가져왔다.”면서 자사의 태블릿PC 아이패드의 등장이 기존 PC시장의 종말로 이어질 것으로 자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발머는 “PC는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정보처리 매체”라며 “PC는 모양만 변할 뿐이고, 윈도는 태블릿PC 등 새로운 형태의 PC에 맞춰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10-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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