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자살폭탄테러 막은 ‘영웅 노숙犬’

아프간 자살폭탄테러 막은 ‘영웅 노숙犬’

입력 2010-07-30 00:00
수정 2010-07-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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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을 던져 자살폭탄 테러범을 막은 아프가니스탄의 ‘노숙자들’이 최근 미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폭탄 테러범의 위협 당시 상황을 “멍 멍!”으로 표현했다. 사람이 아닌 견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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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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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견들의 이름은 루퍼스와 타깃, 사샤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미군 기지 근처의 떠돌이 개였다. 고향을 떠나 외롭게 생활하던 미군들의 좋은 친구가 됐고 ‘비공식 군견’처럼 군인들과 어울려 지냈다.

 그렇게 함께 지내던 지난 2월22일 밤,큰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개들이 평상시와 달리 한밤중에 짖어대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괴한이 어둠을 틈타 미군기지로 잠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온 몸에 11㎏ 분량의 C4 폭탄을 두른 괴한은 미군 숙소에 테러를 가할 작정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이 괴한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 한밤중에 루퍼스와 타깃,샤사가 시끄럽게 짖어대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한 몇몇의 병사는 사건의 심각성을 모른채 투덜대기만 했다.

 군인들의 반응이 없자 루퍼스는 괴한의 다리를 물어뜯으며 테러범을 저지했고, 타깃과 사샤는 더욱 맹렬히 짖어대며 상황을 알렸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몇몇 군인이 숙소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테러범은 애초 목표했던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폭탄을 터뜨려 자살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떠돌이 개들이 미군 50명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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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과정에서 루퍼스와 타깃이 크게 다쳤고, 사샤는 죽고 말았다. 크리스 듀크 하사 등은 폭탄 파편에 다쳐 작전지역을 벗어나 치료를 받았다. 듀크 하사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다. 자신들을 살려준 루퍼스를 돌보기 위해서 였다. 듀크 하사가 보초를 설 때면 항상 루퍼스가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하며 각별한 사이로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우정은 지난 3월 끝이 났다. 크리스가 미국으로 귀환하면서 루퍼스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는 이후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가족들을 만나 위안을 얻었지만 홀로 남겨진 루퍼스가 늘 걱정됐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울뿐이었다.

 그러자 이들의 사연을 알게 된 동물권익보호단체가 나섰다. ‘종족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며 생명을 구해준 둘을 갈라놓을 순 없다는 뜻에서 였다. 한 네티즌도 페이스북에 듀크 하사와 영웅견 루퍼스의 얘기를 퍼뜨렸다.

 이같은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루퍼스는 결국 미국으로 오게 됐다. 며칠 뒤엔 조지아주 오거스타로 가서 듀크 하사와 그 가족을 만나 평생을 함께 할 것이다.

 또다른 ‘영웅견’ 타깃도 미국으로 왔다. 타깃을 아프간에서 치료해준 위생병의 집이 있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머물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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