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현장’ 칠레광산, 국가지정 사적지될 듯

‘기적의 현장’ 칠레광산, 국가지정 사적지될 듯

입력 2010-10-15 00:00
수정 2010-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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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약 700m에 매몰됐던 광부 33명을 모두 구조할 수 있을 것이란 희박한 ‘꿈’을 ‘현실’로 바꾼 칠레 산호세 광산은 앞으로 어떻게 변모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칠레의 성지(聖地)가 될 것 같다.

 생과 사를 가르는 극한적인 환경에서 인간의 의지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인류사에도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산호세 광산이 향후 세대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국가 사적(national monument)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산호세 광산에 모인 지구촌 기자들에게 “칠레와 전 세계는 (광부 33명이 모두 구출된) 오늘 밤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칠레인이 힘을 합치면 큰일을 해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산호세 광산은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 큰 부(富)를 안겨준 경제적 공간이었다.

 산호세 광산에선 연간 4천미터t의 구리,5만9천g의 금이 생산됐다.

 매몰 사고가 발생,33명의 광부를 묻어버린 산호세 광산은 ‘어둠’이자 죽음의 공간이었다.

 매몰 17일 만에 이들의 생존 소식이 알려졌을 때 산호세 광산은 미약하나마 ‘희망’의 공간이 됐다.

 매몰 69일째.‘설마,혹시나,정말 가능할까’하는 물음표는 “우리가 해냈다”는 마침표로 변했다.

 22시간만에 미약한 희망을 의미하던 공간은 인간의 노력의 숭고함을 증명하는 ‘의지’의 공간이 됐다.

 로드리고 힌스페테르 칠레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비극이었지만 이번 구조는 칠레의 국혼(國魂)을 일깨웠다”고 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당신도,우리나라도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고 천명했다.

 칠레인들에게 산호세 광산은 ‘칠레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올해 2월 말 발생한 강진과 지진해일,최근 발생한 매몰 사건 등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장소가 됐다.

 이번 사건에 잘 대처한 공로로 피녜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오르고,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한 라우렌세 골보르네 광업장관이 유력 대권 후보로 부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산호세 광산은 구조가 진행된 22시간 동안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공간이기도 했다.

 세계 전역에서 몰려든 2천여명의 취재진은 구조 상황과 가족 동향 등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으며 전 세계가 이를 주요 기사로 취급했다.

 칠레 국영TV을 통해 공개된 영상은 미국 CNN와 영국 BBC,주요 스페인어 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했다.

 지하 700m 아래 설치된 카메라는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땅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까지 생생히 보여줬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칠레 광산에 매몰된 광부들의 생환은 고장난 달 착륙선을 구명보트 삼아 지구로 귀환한 아폴로13호 승무원들의 이야기처럼 전 세계에 깊은 감명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번 광부 구출은 우익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좌익정부를 구성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손잡게 만들었고,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우리는 칠레와 함께 한다”고 말할 만큼 연대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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