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콘돔 사용 許하라”

교황 “콘돔 사용 許하라”

입력 2010-11-22 00:00
수정 2010-11-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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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등 피임기구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해 온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적인 교리 해석으로 유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확산 방지 등을 위한 ‘특정한 경우’에는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교황청 일간지는 가톨릭 전문 독일 언론인인 페터 시발트가 쓴 ‘세상의 빛’이라는 책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통해 콘돔 사용에 대해 교황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서 교황은 “가톨릭 교회는 콘돔 사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가.”라는 시발트의 질문에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이라는 ‘악’에 대처하는 데 콘돔 사용은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자 매춘부의 콘돔 사용은 ‘교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허용 의사를 내비쳤다.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는 인위적으로 신의 섭리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반대해 왔다. 미국 뉴욕교구의 존 오코너 추기경을 비롯해 일부 지도자급 인사들이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콘돔 사용 허용 문제를 거론한 바 있지만, 이 문제를 교황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BBC는 “교황은 지난주 카메룬 방문 당시 콘돔 사용이 에이즈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국제적인 비난을 산 바 있다.”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교회의 산아제한 금지가 에이즈 발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대 신학자들의 의견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성애단체, 교회개혁단체 등은 일제히 교황의 발언을 환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0-11-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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