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거부..北 先행동변화 요구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및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 등 잇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한 3국 외교장관회담을 향후 대북대응 방안과 관련해 3국간 일치된 공조를 과시하는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3국 외교장관 회담이 워싱턴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회담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주도로 열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3국의 외교수장은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고 국제사회 의무를 이행시키기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대표들의 긴급 회동에 대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우선이라면서 거부했다.
자칫 판을 흔들려는 북한의 도발로 흐트러질 수 있는 한.미.일 3국간의 공조체제를 외교사령탑간 회동을 통해서 다지는 한편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되는 중국에 대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에 최근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서 주목된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회담 뒤 “북한과의 독특하고 강력한 관계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은 북한의 행동을 형성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도발적인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미국 및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달라”고 촉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런 미국의 모습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때 맞춰 “지난 8개월간 중국이 북한을 감싸안은 것은 북한이 중국을 자기편이라고 인식시켰고,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시작과 한국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고위 당국자의 비난 발언도 언론을 통해 터져나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묵인에 대응,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동북아에서 ‘반중(反中) 블록’을 형성할 수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을 전했다. 또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최우선 논의과제 중 하나가 될 것임도 미국은 분명히 했다.
한.미.일 3국이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선(先) 행동변화 후(後) 6자회담 재개’로 요약되는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의미가 있다.
3국간의 이런 공통된 입장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이후 미국 정부 안팎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핵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대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한.미.일 3국은 이날 북한에 대해 ▲도발행동 중단 ▲남북관계 개선 ▲정전협정 준수 ▲비핵화 의무 이행 등을 6자회담 재개의 사실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우라늄 카드’를 꺼내들며 미국을 압박하던 북한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의 더욱 충실한 이행과 필요할 경우 제재 강화라는 카드로 맞서면서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날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을 한국에 급파한데 이어 내주중 고위급 방문단의 파견 방침도 밝히는 등 굳건한 한미동맹을 과시하고, 한.미.일 3국간의 대북 공동대응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대외적 제스처도 내보였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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