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부 수립-사실상 지방정부-분단국가 전락

‘민주’정부 수립-사실상 지방정부-분단국가 전락

입력 2011-03-21 00:00
수정 2011-03-2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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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아 공습 향후 시나리오 어떻게 될까

미국·영국·프랑스 등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들이 리비아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전개한 목적은 사실상 ‘카다피 제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20일(현지시간) 지적했듯이 “겉으로는 인도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진정한 목적은 정권교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다피 이후’ 리비아는 어디로 가게 될까. 선례에 비춰보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키프로스 모델 중 하나가 종착지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라크 시나리오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카다피의 휴전 제의가 다국적군의 공습 위협을 막지는 못했지만 카다피가 유화적으로 나온다면 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미국 등이 1992년부터 이라크에 2개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지만 사담 후세인이 10년 넘게 살아남았던 경우처럼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세계 원유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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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투입… 카다피 정권 무너뜨려

카다피군의 전력이 반군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 없는 카다피 축출은 요원할 수 있다. 미국의 전략정보분석 전문업체인 스트래트포(STRATFOR) 관계자는 “시가전이 벌어지면 (다국적군이) 4500m 상공에서 공군력을 사용하긴 어렵다.”면서 지상군 없는 군사 개입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면적 내전이 현실화된다면 카다피 축출은 고사하고 ‘민간인 보호’라는 명분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처럼 지상군을 투입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 정부를 수립하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후세인처럼 카다피도 공개재판을 통해 전범으로 처형한다면 정치군사적 승리도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상군을 투입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다시 얻어야 한다. 지난 17일 유엔 결의안 1973호는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명시했지만 어떠한 형태든 정권교체나 외국군 주둔에 대해서는 명백히 규정하지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지상군 투입에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

●수도 뺀 대부분 지역 통치권 장악못해

만약 서방세계가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낸 뒤 리비아에 지상군을 투입해 새 정부를 수립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리비아 국내정치가 140개가 넘는 부족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카다피 1인독재가 42년이나 계속됐기 때문에 야당은 고사하고 변변한 시민사회도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족간 이해관계로 인한 분열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후견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수도 카불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 통치권을 장악하지 못해 ‘카불 시장’이란 비아냥을 받는 것처럼 서방이 후원하는 리비아 중앙정부도 ‘트리폴리 지방정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카다피의 서부-반군의 동부로 나뉠수도

지상군 투입도 여의치 않고 점령 이후도 불안하다는 이유에서 카다피가 통치하는 서부와 반군이 통치하는 동부로 리비아가 분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중해에 위치한 키프로스는 유엔이 승인한 남키프로스 정부와 승인을 받지 못한 북키프로스 정부로 수십년째 분열돼 있으며 유엔평화유지군이 군사분계선을 담당하는 실정이다.

인디펜던트도 “카다피가 정말로 완강히 버틴다면 트리폴리의 카다피 체제와 동부의 자유 리비아로 분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석유가 동부지역에 있고 카다피는 국제사회의 구제불능 골칫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3-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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