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낡은 원전 가동중단하고 대체에너지 찾아야”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낡은 원전 가동중단하고 대체에너지 찾아야”

입력 2011-03-30 00:00
수정 2011-03-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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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미즈호 日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민당 당수는 2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원전 신규 건설은 물론 지진 예상 지역의 기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자연에너지의 촉진 등 안전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당수는 “한국인들의 재해 지역 구조와 모금 등의 지원 활동에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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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의 동일본대지진재해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가 방재복을 입고 서울신문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민당의 동일본대지진재해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가 방재복을 입고 서울신문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간 나오토 정권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대응의 문제점은 뭔가.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위험도를 레벨 4라고 했다가 결국은 레벨 6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사태를 너무 과소평가한 부분이 당초부터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판단이 피난 명령 등에 있어서 혼란을 일으켰다고 본다. 도쿄전력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정보를 빨리, 적확하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원전 사태는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나는 하마오카 원전(시즈오카 현)을 비롯해 여러 원전의 비상용 전기시설의 경우 대지진이 발생하면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하마오카 원전 재판(원전 주변 주민들이 1, 4호기의 운전 중지를 요구한 소송)에서도 그 문제를 쟁점으로 다퉜다. 일본의 원전 정책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지금 원전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아이들 세대가 나중에 큰 짐을 지게 된다.

→원전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혼란스러운데.

-그렇다. 긴급 시 신속 방사능 영향 계측 네트워크(SPEEDI) 정보를 빨리 공개하라고 했다. 몇 번 국회에서 이를 촉구했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야 그 데이터가 나왔다. 바닷물 주입도 빨리 했어야 한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의 경우 냉각탑은 살아 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다음 날 전기시설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기에 방사능을 방출해야 한다는 사실도 12일 아침이 되어서야 알았다. 모든 걸 빨리 움직였다면 지금 같은 사태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원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민당의 정책은 탈(脫)원전이다. 새 원전을 짓지 말자, 낡은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대체에너지로 자연에너지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하마오카 원전(시즈오카 현 중심으로 한 도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원전)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원전의 해외 수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정치권에서 부흥법안을 논의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원전 사태로 인한 농작물 피해만 해도 엄청난 것 아닌가. 부흥에는 몇십조엔이 들 것으로 본다. 몇십조엔이라고 해도 1년에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지진이나 쓰나미로 토지가 유실되거나 마을이 통째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마을 재건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인간 부흥도 함께 해야 한다.

→간 나오토 총리가 아직도 대연립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잘못된 것이다. 자민당 정치를 부정해서 탄생한 게 민주당 정권이다. 정권 교체를 했는데도 예전과 같은 일을 하겠다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지금 총리라면 달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고이즈미의 결단력, 메시지는 강력하지만 그의 신자유주의, 격차를 확대하는 정책, 방향성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고이즈미가 지금 총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간 총리에게 하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결단력을 갖고 30㎞ 이내 주민을 모두 피난시켜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을 폐쇄하고 하마오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다. 원전 정책을 전환하고 예산도 과감하게 재편성해야 한다. 국민에게 ‘우리 모두 힘내자’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힘들다.

→대재앙을 일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9·11 테러처럼 3·11 대지진은 일본을 변하게 하지 않을까 점쳐본다. 지금까지는 전력 같은 물자를 마음껏 쓰고 모든 게 풍족한 생활을 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모두가 참고 힘을 합쳐 나아가자는 분위기가 됐다. 좋은 의미에서 활기를 되찾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권이 나서서 이 모든 걸 조직하고 진행해 모두가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이 1면에 일본어로 위로문을 냈다. 한국인들의 모금, 구조 활동도 활발하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있는 데 대해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글 사진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후쿠시마 미즈호 1955년 미야자키 출생. 도쿄대 법학과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내 소송에서 공동 변호인으로 참여하는 등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8년 사민당 비례대표로 참의원에 처음 당선한 후 3선. 2003년 총선 때 사민당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도이 다카코 당수가 물러난 뒤 지금까지 당수를 맡고 있다. 2009년 민주당의 압승에 따른 정권 교체 때 국민신당과 함께 연립정권에 참여해 특명담당상을 지냈다.
2011-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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