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정치적 통제 예고하는 불길한 신호”<홍콩신문>
중국 당국이 저명한 설치 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53)를 구금하고 행방조차 알리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석방 요구에 침묵으로 지키는 것은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의 침묵은 불길한 신호’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공안당국이 아이웨이웨이를 연행하고도 국제사회의 석방 요구에 대해 나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과 인권운동가들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정치적 통제를 가하겠다는 것을 예고하는 불길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공안당국은 국제적으로 이름이 있는 반체제 인사들이라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체포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이웨이웨이의 체포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인권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워치’ 관계자는 “아이웨이웨이 같은 저명한 인사에 대한 체포는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의 승인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 “아이웨이웨이의 체포는 반체제 인사들의 탄압과 관련한 명백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저명한 반체제 인사들이라도 공안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시기에 체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웨이웨이의 친구이자 유명한 화가인 천단칭(陳丹靑)도 “공안당국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더는 국제적인 이미지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아이웨이웨이의 구금을 중국 정부가 이른바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주장하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에 나선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3일 베이징(北京)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홍콩을 방문하려다 비행기 탑승 전 공안요원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웨이웨이의 행방은 6일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이웨이웨이의 부인인 루칭(路靑.53)은 5일 “지금 이 순간까지 남편의 행방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아이웨이웨이가 구금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잇따라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도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서명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차오(鳥巢)의 설계에 참여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당국의 검열에 맞서 인터넷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작년 2월에는 중국 정부의 예술구역(藝術區) 강제철거에 항의해 베이징(北京)을 대표하는 거리인 창안제(長安街)에서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으로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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