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니캅 쓴 여성 3명 체포…불법시위 참가 혐의만 적용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파를 끌어안기 위해 무슬림 여성들을 겨냥해 도입한 이른바 ‘부르카 금지법’이 11일 본격 시행됐으나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당사자들과 인권단체 등의 반발이 잇따랐다.파리 경찰은 이날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인권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니캅을 착용한 채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여성 10여명 가운데 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에 대해 ‘부르카 금지법’을 적용하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시위에 참가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대변인 알렉시스 마르상은 “오늘은 베일을 착용한 사람들을 체포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여성은 이날 TV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아비뇽에서 파리까지 온 32세의 여성 켄자 드리데와 시위 주동자라고 경찰은 말했다.
베일 착용 벌금을 대납해주겠다며 200만유로 상당의 자산을 경매에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부동산 중개업자 라시드 네카즈는 엘리제궁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니캅을 쓴 여성 1명과 자신 등 2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니캅을 착용한 데 대해 벌금을 부과하기를 원했으나 경찰은 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프랑스 경찰은 클로드 게앙 내무부장관의 법 시행 공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베일을 벗길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 법을 시행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프랑스앵테르 라디오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지방 경찰서장들의 모임에서 부대표를 맡고 있는 마뉘엘 룩스는 “이 법은 정말 시행하기 어렵다. 사실상 거의 집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이 부르카 금지법을 시행하는데 열심을 낼 수 없다면서 결국 일선 경찰관은 베일을 착용한 여성을 만나면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베일을 벗도록 설득하는 선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여성들이 베일 벗기를 거부하면 우리에겐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일이 복잡해진다”면서 “나는 경찰관이 민감 지역에서 베일을 쓴 여성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주말인 지난 9일 수도 파리에서 부르카 등을 두른 여성 19명을 포함한 61명이 법 시행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5명이 구금에 처해졌다.
프랑스 경찰은 11일부터 정부청사와 우체국, 법원 등 관공서를 비롯해 병원, 학교, 백화점, 일반상점, 대중교통시설 등에서 부르카나 니캅 등 베일을 착용해 얼굴을 가리는 사람에 대한 단속에 나서, 위반자에게 최고 1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특히 여성에게 베일 착용을 강요하다 적발되면 3만유로의 벌금과 최고 1년형을 받게 되며, 미성년자에게 강요할 경우에는 처벌이 2배로 강화된다.
프랑스 언론은 현재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프랑스내 무슬림 인구 가운데 2천-3천명이 이 법의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 법의 시행에 좌익과 우익이 모두 찬성하고 온건파 무슬림 대표들도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인권 및 인종차별에 대한 반발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법 집행을 하는 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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