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주민 왕따 시키는 日

원전주민 왕따 시키는 日

입력 2011-04-20 00:00
수정 2011-04-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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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자에 피폭검사서 요구·택시 승차거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방사능 누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인근 주민들에 대한 차별문제가 불거져 피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방사선에 전염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후쿠시마 출신 피난민이 택시 승차, 호텔 숙박, 병원 진찰 등을 거부 당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방사능 전염 공포에 곳곳서 마찰

이바라키현 쓰쿠바시는 지난달 17일부터 후쿠시마 출신 전입자에 대해 방사선 영향 검사를 받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증명서를 제시하지 못하면 소방본부나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게 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시정 조치를 받았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권역에 살던 여성이 피난지인 가나가와현에서 70대 어머니를 요양 시설에 들여보내려고 했다가 증명서류 등이 없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중순에는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에서 지바현 후나바시시의 친척집으로 피난했던 초등학생들이 공원에서 놀다 그곳 아이들로부터 “방사선이 옮는다.”는 놀림을 받은 끝에 후쿠시마로 돌아간 사실이 최근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인터넷 포털 ‘야후 재팬’에는 지난달 23일 후쿠시마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여성이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로부터 파혼을 통보받았다.”며 “(이별에) 원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는 글을 올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발적 대피를 결정한 한 후쿠시마 주민도 사이타마현에 있는 호텔에 묵으려고 했으나 피폭자가 아니라는 증명서를 제출하라며 숙박을 거부당했다는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렸다.

피난소에 들어갈 때 피폭 검사 증명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런데도 상당수 대피소들은 후쿠시마현 출신 이재민들에게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나미소마시 피폭 검사센터 책임자인 사사하라 겐지는 “전적으로 과잉반응”이라며 “미나미소마는 이제 오염된 도시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日정부 “과잉반응” 비판

피난민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 일본 국립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는 “방사선은 전염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겐바 고이치로 국가전략담당상은 19일 각료 간담회에서 “전국 각지의 여관이나 호텔이 후쿠시마 피난민의 숙박 예약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며 “각료들은 힘껏 업계를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회견에서 후쿠시마 현민에 대한 차별에 대해 “명백한 과잉 반응”이라고 비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1-04-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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