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50년 경력’ 최고령 연방판사 소개

미국 캔자스주 최대 도시인 위치토의 한 법정에서는 거의 매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된다.

변호사, 검사, 소송당사자들이 엄숙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만 103세의 레슬리 브라운 판사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코에 연결된 산소탱크 튜브를 조정하고 난 뒤에야 개정을 선언하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령 연방판사인 브라운 판사의 열정적인 직업정신을 소개했다.

미국의 연방판사는 종신직으로, 나이에 관계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지만 1962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브라운 판사는 후배 법조인들로부터 더없는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이미 지난 1979년 월급은 받되 자신이 원할 경우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니어(senior) 판사’의 위치에 올랐으나 올초까지도 풀타임 근무를 하면서 놀라운 정력을 과시했다.

지난달에서야 새로운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등 업무량을 다소 줄이긴 했으나 그는 여전히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8시 30분이면 연방법원으로 출근해 오후 3시까지 업무에 집중한다.

물론 나이가 많은 탓에 가급적 재판시간을 짧게 하고, 피고들이 증언할 때 잘 들리지 않으면 목소리를 높이거나 천천히 말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변호사나 검사에게 호통을 치기도 한다.

지난 1907년 6월 캔자스주 허친슨에서 태어난 그는 100세가 넘은 노인이 재판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어린’ 동료들에게 “내가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브라운 판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공공을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사람은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공공서비스를 한다면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