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국무 “카다피, 전쟁 도구로 성폭행 활용” 비난
리비아 국가원수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지지자들이 성폭행이나 고문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는 휴대전화로 촬영된 동영상들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CNN 방송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방송은 리비아 반군으로부터 휴대전화 동영상을 입수했다며 민간인 차림의 두 남성이 벌거벗은 한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장면을 소개하고는 이같이 전했다.
이 영상은 반군이 카다피 지지자에게서 압수한 것의 사본으로, CNN은 영상에 나온 남성의 목소리는 수도 트리폴리 쪽 억양이라고 밝혔다.
CNN은 그러나 누가, 언제 찍었는지를 알 수 없는 등 영상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영상을 건네 준 사람도 리비아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친카다피 진영의 성폭행과 고문 등 학대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특히 시함 세르게와라는 이름의 한 여성 심리학자의 경우 이미 카다피 군인들이 저지른 성폭행 사례 수백건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카다피 친위부대원들의 집단 성폭행을 폭로한 여성인 에만 알-오베이디를 직접 조사하기도 했던 심리학자 세르게와는 난민캠프에서 5만명을 조사한 결과 259명이 성폭행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카다피 측 군인들이 한 여성의 남편을 묶고는 그의 면전에서 성폭행한 뒤 남편을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수석 검사도 지난 5월 반군 깃발을 갖고 있던 여성들이 검문소에서 적발된 뒤 경찰들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 주장은 신뢰할만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캄포 수석검사는 지난주에도 리비아 당국이 정책적으로 비아그라 같은 약품들을 사서 군인들에게 지급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CNN은 그러나 한 반군 지도자는 성폭행 사례를 촬영한 증거들을 모두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한 뒤 파괴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더 많은 증거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성폭행이 끔찍한 범죄고 전쟁범죄의 명백한 증거이기는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성폭행은 피해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명예에도 큰 해를 끼치는 만큼 이를 감안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리비아에서 성폭행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며 카다피 군이 폭력행위와 성폭행을 ‘전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성폭행 관련 보도들에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또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민주화 시위 참여자들에게 저질러지고 있다는 성폭력들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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