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체아 등 전범 4인방 한 자리에…법정 경비 강화 속 방청객 몰려
영화 ‘킬링필드’로 유명한 캄보디아 급진 좌익무장단체인 크메르루주에 의해 자행된 대규모 학살사건의 핵심 전범 4인방에 대한 재판이 27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시작됐다.이 재판은 독일의 나치 전범들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가장 주목받는 ‘세기의 재판’으로 꼽히고 있다.
유엔 국제전범재판소는 이날 첫 공판을 열고 사망한 크메르루주 지도자 폴포트에 이어 2인자였던 누온 체아 등 종족 대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범 4인방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재판에선 누온 체아 외에 키우 삼판 전 국가 주석, 렝 사리 전 외무장관, 렝 티리트 전 내무부장관 등이 피고인의 신분으로 한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4인방은 수갑을 차지 않은 채 나란히 앉았으며 이들의 얼굴은 커튼 뒤에 가려져 노출되지 않았다.
재판 시작 전부터 수십 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배치되는 등 경비가 강화됐고 500여명의 방청객이 몰리는 등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대학살과 반인류 범죄, 전쟁 범죄, 고문 살해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은 이 같은 혐의 사실을 파악하는 한편 ‘왜 이런 학살이 자행됐는지’를 규명하는 데에 집중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럿거스대학교 알렉스 힌턴 교수는 “역사적으로 크메르루주 정권의 살아있는 최고위 전범들을 처음으로 재판에 회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판이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재판 절차는 오는 9월께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또 재판 진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4인방이 70대 후반 또는 80대여서 재판부가 최종 판결을 내놓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과 관련된 재판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앞서 국제전범재판소는 당시 교도소장으로 재직하면서 학살과 고문에 앞장섰던 카잉 구엑 에이브에 대해 징역 30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크메르루주 대학살과 관련, 이번 재판에 이은 ‘제3의 전범재판’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킬링필드는 1975년에서 1979년 사이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라는 좌익무장단체에 의해 저질러진 대학살을 상징적으로 말하며, 이 기간 최소 170만명이 처형당하거나 질병 또는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의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 재판은 모든 캄보디아인에게는 가슴이 뚫리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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