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 병원서 시신 수백구 발견>

트리폴리 병원서 시신 수백구 발견>

입력 2011-08-27 00:00
수정 2011-08-2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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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ㆍ의약품ㆍ식량 부족에 전기도 끊겨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끔찍한 전쟁의 상처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식량과 의약품, 연료 부족에 따른 고충 등 인도주의적 위기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트리폴리 남부 아부 살림의 한 병원 건물에서 27일 수백구의 시신이 버려진 채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도했다.

시신의 대부분은 남성이지만 여성과 어린이들도 있었고 총에 맞은 시신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시신들은 병실과 복도 등에 수십여구씩 쌓여 있었고 무더운 날씨에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이들 시신이 어떻게 이곳에 이르렀는지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불분명하다.

병원이 위치한 아부 살림 지역에서는 지난주 반군이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 카다피군과 밀고 밀리는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교전이 심해지자 지난 22일 병원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시신들이 리비아인들 보다 피부색이 검었다면서 카다피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용병을 대거 고용했던 점을 들어 사살된 카다피군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BBC는 시신은 모두 200여구로 교전중에 숨진 반군과 카다피군, 시민들의 시신이 4일간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일부 주민은 “수도에서 후퇴하던 카디피 친위세력들이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보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군이 물러난 뒤 병원으로 돌아온 의사 오사마 비릴은 “수백여구의 시신이 쌓여있는데 이를 처리할 정부의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상황이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트리폴리 중심가 군기지에서는 총알세례를 받아 처형당한 것으로 보이는 카다피군 30여명의 시신이 카다피 정권의 상징인 녹색 깃발과 함께 목격됐다.

반군이 장악한 카다피군의 요새 바브 알-아지지야에서는 민간인 수십여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트리폴리의 낮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면서 거리 곳곳에 방치된 시신들이 부패해 심한 악취와 위생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양측간의 무차별한 살상 이외에도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바람에 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전기 공급도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의약품과 식량도 부족해 병원에서는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연료 부족으로 휘발유와 디젤이 암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긴급 구호에 나서 국제적십자외원회는 이날 외과 수술팀을 긴급 파견했고 영국은 의료진과 의약품, 식량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아프리카연합(AU), 아랍연맹(AL), 유럽연합(EU), 이슬람협력기구(OIC) 지도자들과 화상회의를 연 뒤 주민들에 대한 긴급 지원을 국제사회에 호소한뒤 리비아 당국이 요청할 경우 경찰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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