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충돌 가능성…美국무부 “심각한 우려”
중국에서 임진년 설 벽두부터 대규모 티베트 시위가 두 차례 발생했다고 티베트 인권단체들과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했다.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소식통과 티베트 단체들을 인용해 쓰촨(四川)성 간쯔 티베트자치주 루훠현에서 춘제(春節·설) 당일인 23일에 이어 24일 부근 써다(色達)현에서 시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써다현에서 중국 공안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지역의 호텔과 상점 폐쇄 명령에 이어 모든 활동이 차단됐다고 덧붙였다.
롭상 상가이(43)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유혈사태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개입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침묵하는 것은 중국에 티베트의 긴장 상황을 다루는데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조치가 수용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써다현에서의 충돌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태가 이미 진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시위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신화통신은 24일 새벽과 오후 두 차례 루훠현 사태를 보도하면서 중국 당국의 총격 사용 여부는 전하지 않았으나 25일에는 총기 사용을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도 24일 이례적으로 루훠현에서의 충돌 상황을 전하면서 폭도들의 폭력행위를 현지 공안이 법질서 차원에서 엄정 대응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총기 사용을 거론하지 않았었다.
중국 정부가 애초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총기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으려 했다가 티베트 인권 단체들을 통해 총기 사용이 ‘확인’되자 시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은 써다현 사건과 관련, 현지 경찰이 설득작업과 함께 치명적이지 않은 무기로 폭도를 해산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총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고서 구체적인 무기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시위대도 발포했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경찰관 14명이 부상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와 관련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총격 사태 보도를 언급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미 때 이번 총격사태를 포함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쓰촨성의 티베트자치구인 아바(阿패<土+覇>)현 등에서는 지난해 3월 펑춰(彭措) 승려 분신사건을 시작으로 지난 14일까지 1년도 채 안 돼 16명이 분신을 시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국제티베트운동(ICT)과 자유티베트 등의 단체들이 시위대가 수천명에 달했다고 전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총기를 사용하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 자칫 대규모 유혈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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