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빙하기 촉발 원인일 수도
약 1만3천년 전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과 충돌해 공중폭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전세계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6일 보도했다.이 소행성 폭발의 위력은 지표면을 녹이고 대형 포유류와 인간을 대량 살상시킬 수 있을 정도였으며 어쩌면 마지막 빙하기인 ‘영거 드라이어스기’(Younger Drias)기를 유발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국제 연구진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주장했다.
이 소빙하기 초기에 소행성이나 혜성의 대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놓고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돼 왔는데 이는 충돌로 인한 구덩이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멕시코 이달고 산니콜라스 미초아칸 대학의 이사벨 이스라에-알칸타라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우주 암석이 지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대기권에서 고열로 녹아 없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 소행성 충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지난 2007년 이런 가설을 처음 제기했던 연구진은 이후 멕시코 중부 쿠이체오 호수에서 소구체(小球體)라고 불리는 고열에 녹은 암석과 초고온에서만 형성되는 미세한 다이아몬드 등 소행성 충돌의 뚜렷한 증거를 발견했다.
이들은 멕시코에 이어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시리아, 유럽 여러 곳에서도 이런 소행성 충돌의 흔적을 찾아 냈으며 지구의 과거를 말해주는 이런 증거들은 모두 정확히 1만2천900년 전의 얇은 암석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처럼 정확히 일치하는 시기에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고온에 녹은 물질과 나노급 다이아몬드를 함유한 2.5~5㎝ 두께의 똑같은 지층이 발견된다는 것은 거대한 재난이 있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구 상공에서 소행성이 폭발한 사례는 1908년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이른바 ‘퉁구스카 사건’이 유명하다. 이 사건으로 퉁구스카 지역의 산림 2천㎢가 잿더미로 변했다.
초속 약 50㎞로 돌진하는 혜성이 지구 대기권과 충돌할 경우 1천600~2천℃의 화염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처럼 뜨거운 불은 땅을 녹이는 것은 물론 지상의 수많은 동식물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행성 충돌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1만2천900년 전 지구에서는 소빙하기가 시작돼 매머드와 검치호(劍齒虎) 등 대형 포유동물들이 멸종했고 이 시기 북미 대륙에서 ‘클로비스’ 문화를 일군 인류 집단의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도 나와 있다.
연구진은 이 소행성 충돌로 지구에 기후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기후 격변이 일어나고 많은 생물종이 사라진 시기가 이 사건과 일치한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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