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엔화 약세·생산소비 회복
일본에서 주가가 오르고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생산과 소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18조엔(약 243조원)이 투입돼 동일본대지진 피해 복구가 본격화하고 있어 대외 여건이 받쳐줄 경우 일본 경제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日經)평균주가지수는 지난 14일 약 7개월 반 만에 10,000선을 회복했다. 도쿄 증시 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10주 연속 주식을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음)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작년 4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달러당 83엔대로 하락했다. 달러당 75엔대가 위협받던 상황에 비해 상당한 가치 절하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 위기의 완화와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에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를 높이면서 도쿄 주식시장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에 의하면 대지진 충격으로 얼어붙었던 생산과 소비도 회복되고 있다.
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9% 늘었다. 2개월 연속 플러스로 기업의 생산 활동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월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31.9% 증가해 6개월 연속 늘었다. 백화점에서 수십만∼100만엔대의 외제 고급시계가 팔려나가고 있고, 전일본공수(ANA)의 여객기 비즈니스석 여객 수는 2월에 17% 증가했다.
무엇보다 대지진 복구 예산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생산과 투자, 소비, 고용 등 경제 전반을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
마넥스증권의 무라카미 나오키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가 소비와 고용, 기업실적 개선의 선순환에 들어선 만큼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도 호전되고 엔화 약세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조만간 닛케이지수가 11,000선을 넘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장애물도 만만치않아 일본의 경제가 견조한 회복 기조로 들어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핵개발을 둘러싼 이란의 정세가 긴박해지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춘투(임금교섭)에서 주요 기업들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상여금을 줄이고 있어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도이하라 스스무 연구원은 “미국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데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수습되지 않았으며,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세계 경제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비세 인상 문제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혼란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소비세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민당 등 야권은 중의원 해산을 요구하고 있고, 집권 민주당은 소비세 인상 찬성파와 반대파로 양분돼 앞이 보이지 않는 정국 불안이 예고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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