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테러 경보 발령, 대선 후보들 유세 중단사회 곳곳에 잠재된 반유대주의 표면화로 충격
프랑스의 한 유대인 학교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5명이 숨지는 사건이 터지면서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프랑스 서남부 도시 툴루즈의 오자르 하토라 유대인 학교 앞에서는 19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한 남성이 스쿠터를 타고 나타나 등교하던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총기를 발사해 교사인 랍비 1명과 어린이 3명이 숨졌다. 어린이 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사건 발생 직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사건을 국가적 비극으로 규정하고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 뤽 샤텔 교육장관, 유대인 단체 대표회의 대표 등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한 1990년 테러 경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서남부 지역에 황색 테러 경보를 발령했다.
황색경보는 비상사태 선포 직전의 단계로 사르코지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여야 정당들은 사건 직후 대통령 선거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사건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사회 곳곳에 잠재된 반(反)유대인 분위기가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는 반유대인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사람이 아닌 기물 등에 대한 공격이 대부분이었다.
반유대인 사건을 집계하는 기관에 따르면 폭력, 기물 파괴 등의 행위는 지난해 모두 389건이 발생해 2010년의 466건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공격성의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유대인을 혐오하는 조짐은 근래 들어 프랑스 사회 곳곳에서 감지됐다.
파리의 한 유대교 회당에는 지난주 협박 편지가 배달됐으며, 그 안에는 유대인을 ‘사탄’이라고 칭하며 “지옥에나 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찬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술집에서 유대인을 모욕해 유죄 선고를 받았고 수석 디자이너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1980년 파리의 한 유대인 교회에서 오토바이 폭탄 테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건 이후 최악의 유대인 대상 범행이라고 AP통신은 풀이했다.
BBC는 프랑스 현지 언론을 인용해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프랑스군에 대한 반감을 품은 이슬람주의자들의 보복행위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내 유대인은 50만명에 달해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대인의 고향’으로 통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외조부도 유대인으로 프랑스와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 증진을 위한 활동을 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 규모 또한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으로 양측의 반목이 심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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