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조에 폐연료봉 묶음 1331개·방사성 세슘 가득
“후쿠시마 원전 4호기가 제2의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4호기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가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핵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모습. 왼쪽부터 4호기, 3호기, 2호기, 1호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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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전문가들은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저수조가 건조되면 폐연료봉에 불이 붙어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거나 각각의 연료봉을 나눠 놓은 금속패널이 지진으로 파괴돼 핵분열이 다시 시작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교토대 방사성연구소의 히로아키 고이데 교수는 “4호기는 눈에 띌 정도로 손상됐고 허약해진 상태”라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대기로 직접 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 이후 보강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달 냉각시스템 가동이 24시간 중단되는 등 그동안 몇 차례 이상 징후를 보인 터여서 일본 국민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최근에는 원자로 4호기의 벽면 일부가 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달 일본 현지를 방문한 미 상원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의원도 원자로 4호기가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또 다른 핵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연료봉들을 신속하게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마저 쉽지 않다. 연료봉 이전에 사용되는 대형 크레인이 지난해 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파괴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료봉의 개수가 워낙 많아 이전 작업을 끝내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인들의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날 현장을 찾은 호소노 고시 환경 및 원전담당상은 “도쿄전력의 확신을 받아들이지만, 벽면이 부풀어오르는 현상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 사이에 원전 4호기의 위험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가능성이 크든 작든, 만일의 경우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후 연료봉의 회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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