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첫 미국대학 졸업장 120년만에 모교 기증

한인 첫 미국대학 졸업장 120년만에 모교 기증

입력 2012-11-03 00:00
수정 2012-11-0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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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 망명가 변수 선생 1891년 메릴랜드대 졸업장

한인 최초로 미국대학을 정식 졸업한 변수(邊燧) 선생(1861-1891)의 졸업장이 120년 만에 모교인 메릴랜드 대학에 기증됐다.

2일 오전(현지시간) 이 대학 유니언센터 ‘변수룸(Pyon Su room)’에는 ‘120년 만의 귀환’이 주는 뜻을 기리기 위해 린다 클레멘트 부총장과 앤 터코스 문서보관담당자 등 대학관계자와 헤롤드 변 한인복지센터 이사장을 비롯한 한인 관계자들이 대거 모였다.

클레멘트 부총장은 “우리 대학은 물론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큰 의미를 선사했다”고 반겼다.

특히 이날 공개된 변수 선생의 ‘1891년 졸업장’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상태였다.

터코스 씨는 “미국인 졸업생 중에서도 1900년 이전의 졸업장이 이처럼 완벽한 것은 찾기 힘들다”면서 “원본은 대학 문서고에 보관하고 복사판을 만들어 ‘변수룸’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수 선생 유족 측을 대표한 헤롤드 변 이사장은 “한국의 국립박물관에 기증할 생각도 했지만 변수 선생과 메릴랜드 대학이 갖는 의미를 되살리고 한미 양국의 후손들이 역사를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모교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수 선생은 통역관 집안의 2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1882년 김옥균의 일본 시찰을 수행했다가 이듬해 미국과의 수호통상조약에 따른 보빙사(報聘使)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 유길준 등과 함께 40일간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친 변수 선생은 미국 정부가 제공한 해군군함을 타고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1884년 갑신정변에 참여했으나 정변이 실패하자 일본으로 망명했다. 아내와 아들은 처형됐다.

1886년 미국 워싱턴DC로 망명지를 옮겼다가 다음해 9월 메릴랜드 대학의 전신인 메릴랜드 농과대학(Maryland Agriculture College)에 입학했으며 4년 만인 1891년 졸업했다.

미국 농무부에서 촉탁으로 근무하면서 ‘농무성통계국 월보’에 ‘일본의 농업’이라는 보고서를 게재하고 ‘중국의 농업’이라는 보고서를 준비하던 중 졸업 4개월만에 모교 방문 후 귀가하다 기차에 충돌해 사망했다.

헤롤드 변 이사장은 “지인들이 당시 워싱턴DC에 있는 대한제국 공사관에 변수 선생의 시신 인도를 요청했으나 갑신정변 연루 망명 인사라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 동기생의 부친인 아만 제독이 자신의 묘자리에 변수를 안장케했다.

놀랍게도 변수 선생의 졸업장은 이 대학의 창립자였던 찰스 베네딕트 캘버트 씨의 자손이 우연히 집안에서 발견했다.

졸업장은 이후 헤롤드 변 이사장에 넘겨졌다.

변 이사장은 서울에 있는 후손들과 회의를 거쳐 120년 만에 모교에 졸업장을 기증하기로 했다.

이날 대학에서 공개한 당시 학생 명단에는 변수(Penn Su) 선생과 함께 ‘민주호(Min Chou Ho)라는 한국인이 나란히 기록돼 있었다.

그는 1년 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다른 내용은 전해지는 게 없다고 변 이사장은 설명했다.

지난 2003년 워싱턴 지역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10대 공식 사업 중 하나로 변수 선생의 선구자적 삶을 기리기 위해 묘비를 제작해 제막식을 열었다.

한편 한국 최초의 미국 의대 졸업생인 서재필 선생은 변수 선생보다 앞서 대학에 입학했으나 의과 과정이 길어 졸업은 늦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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