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성폭행’ 가해자 변호사, 피해여성 비난…”경찰이 고문” 주장도
지난달 인도 뉴델리의 버스에서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자들의 변호사가 “훌륭한 여성이 인도에서 성폭행당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나섰다.가해자 6명 가운데 주범 격인 버스운전사와 그의 형제 등 3명을 변호하는 마노하르 랄 샤르마 변호사는 9일(현지시간) 피고인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미혼 커플이 밤에 거리를 다녀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시 피해 여대생과 동행한 남자친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샤르마 변호사는 “지금까지 훌륭한(respected) 여성이 성폭행당했다는 어떤 사례도 본 적이 없다”며 “범죄집단 두목도 훌륭한 여성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커플은 저녁 늦게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하지 말았어야 했고 피해 여대생의 남자친구는 여성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여자친구의 신뢰를 깼다”고 덧붙였다.
샤르마 변호사의 이같은 주장은 서구화된 여성들이 성폭행을 초래한다는 일부 인도 정치가나 종교지도자의 주장과 통하는 면이 있다.
이에 대해 뉴델리 사회연구소의 란자나 쿠마리 소장은 “불행히도 이것이 대부분 인도 남성이 가진 사고방식”이라며 “범죄를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이같은 정신상태가 범죄를 발생시킨다”고 비판했다.
한편 샤르마 변호사는 경찰의 사건 구성에 여러 가지 모순이 있고 증거 취급과정에 문제가 있어 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매우 복잡하고 사실 관계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며 “경찰이 신문과정에서 피고인을 고문하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일 자원해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피고인들을 2차례 접견했으며 피고인 3명 모두 글을 몰라 지장을 찍어 선임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변호사 협회가 피고인들의 변호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변호사협회가 정의감이 아니라 복수심에서 그러는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근대 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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