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운석 조각 비처럼 떨어져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운석우(隕石雨)’가 내려 어린이 200여명을 포함해 모두 1천여명이 다쳤다.운석우는 큰 운석이 지구로 낙하하면서 대기 상층부에서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불타는 상태로 비 오듯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우랄산맥 인근 중부 첼랴빈스크주(州)와 스베르들롭스크주, 튜멘주 등에서 운석우가 내렸다고 재난 당국인 비상사태부가 밝혔다.
목격자들은 하늘에서 큰 섬광이 번쩍이고 나서 큰 폭발음이 들렸고 뒤이어 불타는 작은 물체들이 연기를 내며 상공을 길게 날아 땅으로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날 사고로 주민 950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대부분은 부상 정도가 경미하다고 비상사태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어린이 80명을 포함해 112명은 부상이 심각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비상사태부는 덧붙였다.
비상사태부는 운석우로 생긴 재산 피해액이 10억 루블(3천300만 달러ㆍ약 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대다수는 충격파로 깨진 유리에 맞아 부상했다. 운석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충격파를 일으킨다.
또 일부 지역 초중고 학교와 유치원 등은 임시 휴교했다. 부모들은 학교로 나와 수업 중이던 학생들을 데리고 귀가했다.
국가 최고 보건의인 소비자보호감독청 청장 겐나디 오니셴코는 “운석 폭발의 여파로 많은 건물과 시설의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첼랴빈스크주 내 모든 초중고 학교와 유치원을 임시 폐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부 블라디미르 푸슈코프 장관은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로 출발했다.
일부 지역에선 휴대전화가 일시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첼랴빈스크주 주도 첼랴빈스크에선 경찰이 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갔고 주요 기간 시설에 경계조치가 내려졌다. 첼랴빈스크주의 한 공장은 지붕과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우랄 지역 상공을 비행하던 항공기들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재난 당국은 밝혔다.
비상사태부는 “항공기 운항이 시간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소 등의 에너지 시설도 정상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뜻밖의 운석우에 놀라 긴급 대피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어떤 목격자들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오인해 관계 기관에 신고하기도 했다.
수업 중 운석우를 목격했다는 교사 발렌티나 니콜라에바는 “그런 섬광은 생전 처음 봤다. 마치 종말 때에나 있을 법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노인들은 실제 종말이 닥친 줄 알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천문학자는 이날 떨어진 운석이 같은 날 지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름 45m, 무게 13만t의 소행성 ‘2012 DA14’의 전조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우주국(NSA)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소행성과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천문학자 세르게이 스미르노프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날 떨어진 운석이 “수십t 정도 나가는 꽤 무거운 물체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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