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총리 언급에 연정 공명당도 “논의 안된 문제” 발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헌법의 근간 조항인 헌법 제9조의 개정을 거론했다가 정치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11일 아베 총리가 유엔군 참여 가능성에 대비해 헌법 9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데 대해 “유엔군 건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문제”라며 “정부는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반발했다. ‘평화의 당’을 지향하는 공명당으로선 아베 총리가 사전에 아무런 논의도 없이 헌법 9조 개정 의사를 불쑥 제기한 것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셈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 대표도 지난 9일 “헌법 9조를 바꿔선 안 된다”고 명확히 밝힌 데 이어 10일 “9조 개정은 국민 의식과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를 포함한 자민당 인사들은 중·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게 돼 있는 헌법 96조 개정에 대해 자주 언급했지만 민감한 9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무력 행사 포기, 교전권 불인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 9조를 바꾸는 일은 일본 전후 체제의 근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반발이 이어지자 아베 총리는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9조를 개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3분의1을 조금 넘는 국회의원이 헌법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면 국민은 찬성이든 반대든 의사를 표시할 수단조차 행사할 수 없다”며 거듭 헌법 96조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2013-03-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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