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간의 드라마…새벽 3시7분 ‘흰 연기’ 오르며 대미
지난달 11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서부터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은 시종 극적이었다.지난달 2월1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의 이유로 전격적인 사임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천주교 역사상 600년 만에 현직 교황이 스스로 물러나는 ‘대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충격과 혼란 속에서 전 세계 12억명의 신도를 거느린 가톨릭계의 시선은 서서히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쏠리기 시작했다. 물러났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이튿날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엄정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콘클라베의 소집 시기와 선출절차가 여전히 불투명해 교계 내의 혼란상이 계속됐다. 콘클라베는 교회법에 따라 베네딕토 16세가 물러나는 2월28일부터 15∼20일 이내에 열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그러나 ‘공백기’가 길다고 느낀 베네딕토 16세는 2월25일 콘클라베를 앞당겨 개최하는 것을 허용하는 칙령을 발표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의 퇴임 절차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2월26일 물러나는 베네딕토 16세의 호칭은 ‘명예교황’(emeritus pope)으로 결정됐다. 이튿날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과 마지막 알현식을 갖고 ‘이별’을 고한 뒤 헬리콥터 편으로 교황청을 떠났다.
베네딕토 16세의 공식 사임일은 2월28일. 이를 상징하는 의미로 공식문서에 서명 날인하는 데 사용하는 ‘어부의 반지’가 은망치로 파기됐다.
3월4일 역사적인 콘클라베를 준비하기 위한 추기경단 전체회의가 바티칸에서 열렸다. 매일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의 주재로 새 교황 선출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안들이 공식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성직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 SNAP가 ‘교황이 되어서는 안 될 추기경 12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닷새간의 치열한 논의를 거친 추기경단은 8일 투표를 거쳐 콘클라베 일정을 확정했다. 3월12일 오전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오후 시스티나 성당으로 옮겨 교황선출 투표를 하기로 한 것이다.
전 세계 가톨릭계의 눈은 이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쏠렸다. 3월12일 오전 10시 세계 48개국의 80세 미만 추기경 115명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미사에서 라틴어 기도문을 읽는 것으로 콘클라베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선출을 의미하는 흰 연기가 피어 오늘 것이냐, 아니면 교황 선출에 실패했음을 뜻하는 검은 연기가 솟아오를 것이냐를 놓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 구름처럼 몰린 신도와 관광객들은 애태우며 결과를 기다렸다.
첫날은 예상대로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 13일 오전 3시 41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오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아∼”하는 탄식들이 흘러나왔다.
이튿날 열린 콘클라베. 모두 다섯 번의 투표를 거친 끝에 14일 오전 3시7분 마침내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을 깨고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새로운 교황에 선출된 것이었다.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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