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영향력 무시 못해…정치 개입여부 주목
지난 10년간 중국을 이끌어온 후진타오(胡錦濤)가 14일 시진핑(習近平) 새 국가주석 선출과 함께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2선으로 후퇴했다.후진타오는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과는 달리 새 지도자에게 당ㆍ정ㆍ군의 모든 권력을 한꺼번에 물려주고 퇴임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장쩌민은 총서기와 국가주석 임기 만료후에도 2년간 당과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유지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후진타오는 집권 시절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를 내걸고 개혁ㆍ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의 통치 10년간 경제가 고속성장을 유지했고 중국은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했다.
후진타오는 중국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이런 통치스타일 탓인지 그의 재임기간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을 제외하고는 극심한 권력투쟁이나 사회갈등은 표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정치개혁은 물론 관료조직이나 사회 개혁에 미온적이었으며 이에 따라 부패 확산,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문제가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입분배 개선은 논의만 무성했을 뿐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고 공직자 재산공개 등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관료사회 개혁도 미진했다. 국유기업의 독과점도 방치하다시피했으며 군대에 별다른 기반이 없다는 약점 때문에 군사분야 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의 10년 통치기간 중국은 표면적으로 안정과 성장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처가 곪아갔으며 이는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노선갈등이 표면화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외교분야에서 후진타오는 ‘도광양회’(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 정책을 이어갔다. 때로 ‘대국 굴기’를 외치기도 했지만,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보다는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주력하는 정책을 펼쳤다.
안정을 강조하는 그의 외교전략은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위해 대외안정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일부에선 주요 국제현안에서 국력에 걸맞지 않게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대외 위상을 약화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후진타오가 2선 후퇴했지만, 원로로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진타오는 집권 10년 동안 자신의 권력파벌인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세력을 키워왔다. 상무위원단에서는 태자당과 상하이방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후춘화(胡春華)를 비롯한 차기 지도부 후보군은 절대다수가 공청단 세력이다. 또 주요 지역 성서기와 성장의 절반 정도가 공청단 세력으로 분류되는 등 광범위한 저변을 형성하고 있어 후진타오는 중국 정치에서 무시못할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후진타오가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완전한 2선후퇴를 택한 것으로 미뤄 장쩌민과는 달리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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