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청빈과 겸손의 삶… 버스타고 다니고 단칸방 아파트서 생활

[새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청빈과 겸손의 삶… 버스타고 다니고 단칸방 아파트서 생활

입력 2013-03-15 00:00
수정 2013-03-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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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는 누구… 선출 안팎

“좋은 저녁입니다.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알듯이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는 로마에 주교를 앉히는 것입니다. 동료 추기경들이 나를 찾기 위해 세상 끝까지 간 것처럼 보입니다(웃음).”

13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잇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가벼운 농담이 섞인 첫인사를 건넸다. 그가 즉위명으로 택한 ‘프란치스코’처럼 소박하면서 인간미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프란치스코 신임 교황은 ‘청빈과 겸손의 대명사’로 불리며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2005년 콘클라베에서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혔으나 베네딕토 16세에게 자리를 내줬던 그는 8년 만에 소집된 회의에서 추기경단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교황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번 콘클라베에서 고령 등의 이유로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 빨리 끝난 회의에서 교황으로 선출되는 이변을 낳았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화학 기술자가 되려고 했으나 1958년 예수회에 입문, 수도사의 길을 걸었으며 신학생들을 가르쳤다. 30대 시절 수도사로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방을 돌며 사목활동을 했으며 1980년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장으로 발탁됐다. 칠레와 독일에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 대주교에 오른 뒤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대주교가 된 뒤에도 운전기사 없이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고, 대주교 관저가 아닌 단칸방 아파트에 살며 음식을 직접 만드는 등 청빈한 생활로 유명하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박한 성격으로, “나를 추기경이 아니라 신부나 몬시뇰(고위 성직자)로 불러 달라”며 자신을 낮췄다고 한다.

그가 즉위명으로 이탈리아 아시시 출신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도 이 같은 소박한 삶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의 의미를 “소박하고 박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PA통신은 “새 교황이 청빈과 박애의 상징인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택함으로써 가톨릭이 가진 부유함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가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바티칸 공식 뉴스 사이트 영문판이 새 교황 즉위명을 프란치스코 1세라고 표기했다가 대변인이 1세를 붙이지 않은 프란치스코라고 발표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2세가 나온 뒤에야 프란치스코 1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일간지 클라린은 새 교황이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처럼 “교리에서는 보수적이지만 사회적 이슈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BBC방송은 새 교황에 대해 신학적으로 보수적이라면서 낙태, 동성결혼, 피임 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가톨릭계는 2010년 중남미 지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공식 인정한 아르헨티나 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었으며, 그는 이 때문에 대선과 총선에서 야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탄생은 또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첫 중남미 신대륙 출신 교황이라는 점에서 선출 배경에 대한 관심과 함께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탈리아 등 전통적 유럽권 출신을 누르고 아르헨티나 출신이 교황으로 처음 선출된 것은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로는 개혁 요구와 현대화의 흐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의 암묵적 동의로 이어져 회의 이틀 만에 비유럽권 출신인 교황 프란치스코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교회에 청빈과 봉사의 기운을 불어넣어 새 교황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인 교황청 내부의 부패 척결과 관료주의 타파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비교적 고령인 76세라는 점에서 교단의 권위를 강화하기보다는 기존 조직의 관리를 강화하고 소통을 중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가 첫 연설에서 신도들에게 “각자의 성직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한 점 역시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교황청 내부와 외부 간의 소통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뉴욕의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새 교황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건배를 제안할 때 “하느님이 당신들을 용서하길”이라고 농담을 해 웃음바다가 됐다며, “우리 보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전임 교황의 트위터 계정을 이어받아 라틴어로 “새 교황이 나왔다”는 글을 처음 보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3-03-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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