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북한 유대감’ 여전…북과 인연깊은 리위안차오 존재감 부각
미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선출에 때맞춰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모양새다.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은 그간 북한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잘못을 계속 참아왔지만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G2(주요2개국) 상대국’인 중국의 외교행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른바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밝힌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임기 출발과 함께 핵심 파트너로 중국을 상정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특히 지난 20년의 ‘북핵 역사’의 반복을 피하고자 미국이 향후 대북정책을 놓고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에도 중국을 향해 적극적인 손짓을 했다.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중국의 지도자로 우뚝 선 시진핑을 향해 축하와 동시에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잭 루 미국 상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을 내주와 내달 중으로 중국에 보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도록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제와 외교를 책임진 두 장관을 베이징(北京)으로 직접 보내겠다는 얘기였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 현안을 놓고 앞으로 중국과의 협의를 필수과정으로 상정하겠다는 발표와 다름없다고 외교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의 협조가 간절함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향후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의 공식 출범과 함께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 제1의 외교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 공고화 과정을 거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는 북중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외교 흐름과도 연결되는 중대사안이다.
북한으로서는 유일한 혈맹인 중국의 태도에 따라 핵개발은 물론 체제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국 견인 행보는 북한과 중국 사이의 미묘한 틈을 활용해보겠다는 의지가 내재 돼 있는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피를 나눈 유대감’은 여전히 공고하다. 대표적으로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리위안차오(李源潮)이다.
장쑤성 창저우(常州)에서 태어나 상하이 푸단대학을 졸업한 그는 중국 정계의 양대 세력인 태자당과 공청단 사이를 연결할 핵심인물로 꼽힌다. 그의 부친은 상하이 부시장을 지낸 리간청(李干城)이다.
1950년 태어난 리위안차오의 본명은 ‘李援朝’이다. 중국이 ‘항미원조전쟁(미국에 항거하고 조선<북한>을 돕는 전쟁)’이라 부르는 한국전쟁 때 태어난 것을 염두에 두고 그의 부친이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다.
중국 권부에서 그의 독특한 존재감 때문에 앞으로 그의 역할이 시진핑 체제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맡은 국가부주석은 홍콩·마카오 업무를 총괄하는 홍콩·마카오공작협력소조 조장과 외교·안보 정책 입안 기구인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외교분야에서 그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숙명적으로 ‘북한에 대한 형제애’를 가진 리위안차오의 존재는 앞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세계 질서를 가늠할 핵심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북한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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