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등 3개 도시서 동시다발 시위…무슬림형제단 집중 공격받아
지난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들과 반대파가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항의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나라 곳곳에서 두 세력이 크게 충돌했다.특히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이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날 하루 카이로에 있는 본부를 포함 전국의 무슬림형제단 사무소 5곳이 약탈당했다고 이 단체 대변인이 밝혔다.
대변인은 “무르시 대통령이 우리 단체 출신은 맞지만, 그의 결정은 단체와 무관하다”면서 “정권에 대한 요구가 무슬림형제단으로 향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위를 주창한 범야권이 사무소를 공격한 “깡패들”(thugs)을 불러모았다고 비난했다.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카이로 본부 인근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새총, 돌, 칼, 나무막대 등을 휘두르며 시위 소식에 몰려나온 무슬림형제단 지지세력과 충돌했다. 인근 곳곳에서 총성도 울려 퍼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시위대는 ‘누가 이집트를 지배하는가?’ 등의 문구가 담긴 배너를 치켜들고 돌진했지만, 건물을 에워싼 전경에 가로막혀 건물 진입에는 실패했다.
대신 인근을 오가는 단체 통근버스들에 불을 지르고, 부상자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도착한 구급차도 부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외신기자는 십여명이 다쳤다고 추산했고, 현지 경찰 관계자는 최소 90여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가 되도록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대는 이미 도시 다른 지역으로 행진을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 밖에 카이로의 또다른 지역과 지중해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무슬림형제단 사무소에서는 청년들이 들이닥쳐 집기를 약탈하고 여직원들을 공격했다고 관영 메나(MENA) 뉴스통신이 보도했다. 나일 델타의 마할라에서는 시위대가 단체 사무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지난주 카이로의 무슬림형제단 본부 인근에서 소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단체 관계자들이 시위에 참여한 세속주의 운동가들과 일부 취재진을 구타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반대파 단체들은 단체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날 전국적 시위를 예고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지지자들을 본부 주위로 집결시켜 사태를 키웠다.
시민혁명 2주년을 맞은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붕괴 후 치안 불안에 경제 악화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 세력 간 갈등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했다.
무르시 정부 집권 이래 지금까지 약 30개의 무슬림형제단 사무소가 시위대에 공격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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