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테러 철통경비 속… 마거릿 대처 前총리 장례식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거행됐다. 20세기 영국은 물론 현대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처럼 성대했지만, 전날 미국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와 반대처 시위에 대한 우려로 시종 팽팽한 긴장 속에서 치러졌다.英 대처 前수상 장례식
영국기인 유니언잭에 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관이 17일(현지시간) 포클랜드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 들려 장례식장인 런던 세인트폴 성당 안으로 운구되고 있다. 대처의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해 170개국의 특사 200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돼 남편 옆에 묻혔다.
런던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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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관이 대포를 장착한 4륜 마차에 실려 지나가자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나온 런던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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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총리의 아들 마크 대처(왼쪽) 경이 부인 사라와 함께 장례식을 마친 뒤 세인트폴 성당을 떠나고 있다. 마크는 다카르랠리에 참가하거나 아프리카의 쿠데타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등 대처의 속을 새카맣게 태운 것으로 유명하다.
런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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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관을 장식한 흰색 조화 위에는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은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라는 자녀들의 메모가 놓였다. 15분마다 종을 울리는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의 대형 시계탑 ‘빅벤’은 애도의 뜻에서 타종을 멈췄다. 이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장례식 이후 48년 만이다. 오전 10시 30분 왕실 근위기병대의 말 여섯 마리가 끄는 포차(砲車)로 옮겨진 관은 세인트폴 대성당까지 2.5㎞에 걸쳐 운구 행렬을 펼쳤다. 수레 양옆으로는 대처의 최대 치적인 포클랜드 전쟁에 참여한 육·해·공군 대원들이 함께했다. 거리 곳곳에는 4000명의 경찰과 2000명의 군 병력이 배치됐으며, 테러에 대비한 저격수들도 건물에 위치했다.
오전 11시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각국에서 찾은 사절단이 참여한 가운데 장례식 본행사가 진행됐다. 설교를 맡은 리처드 차터스 런던 주교는 설교에서 “(대처에 대해) 충돌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 자리는 고인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인생 여정을 마감하는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초청된 인사 중에는 생존한 모든 영국 전 총리를 비롯해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제임스 베이커 등 미국 전 국무장관들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이 참석했고, 한국에서는 한승수 전 총리가 특사로 파견됐다. 반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 부부, 고인과 각별한 관계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구소련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포클랜드섬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주영 아르헨티나 대사도 불참했다.
장례식에서는 대처의 손녀 어맨다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고인이 애독했던 에베소서 구절 ‘하느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와 요한복음 구절 ‘마음에 근심하지 마라’를 낭독했다. 또 예식안내서에는 고인이 즐겨 읽었던 영국 시인 TS 엘리엇과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인쇄됐다. 장례식 후 대처의 시신은 화장돼 남편 데니스 대처 경이 묻힌 왕립 첼시 안식원에 함께 안장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2013-04-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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